3. 평균점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118점 높다
가장 흥미로운 숫자는 역시 평균점수다.
ETS가 집계한 2025년 세계 TOEIC L&R 국가·지역별 통계에서 한국 응시자의 평균은 682점, 일본은 564점이었다. 무려 118점 차이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지역 가운데 17위, 일본은 30위였다.
일본의 평균은 Listening 313점, Reading 251점으로, 리스닝이 리딩보다 62점 높았다. 일본 학습자들을 직접 가르쳐 보면 문법 지식이 결코 약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영문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TOEIC Reading에서 고전하는 학습자가 적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한국 사람이 일본 사람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국가별 TOEIC 평균에는 응시 목적, 수험생 구성, 기업이나 대학에서 시험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ETS 조사에서 전 세계 TOEIC 응시자의 가장 흔한 목적은 취업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영어 학습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바로 이 점이 필자에게 흥미롭다.
한국에서 TOEIC이라고 하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 단기간에 목표 점수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반면 일본에서는 직장인과 중장년층 가운데도 TOEIC을 일종의 꾸준한 영어 학습 지표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다. 같은 시험이 두 나라에서 조금씩 다른 교육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4. 일본에서 직접 본 TOEIC의 힘
이번 출장 중 서점을 방문했을 때도 이런 차이를 실감했다. 일본의 대형 서점 영어학습 코너에는 TOEIC 교재가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TOEIC 900점, 990점을 목표로 한 책부터 초급자를 위한 어휘책, 문법책, Part별 집중훈련서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그 서가에 필자의 책이 실제로 진열돼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기분이 묘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TOEIC을 강의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책을 써 왔지만, 내가 만든 문제가 일본어로 해설되어 일본 독자에게 판매되는 장면을 직접 보는 경험은 또 달랐다. 저자가 자신의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반갑지만, 해외 서점에서 그것을 보는 순간에는 반가움과 책임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사진 속에서 필자가 들고 있는 책에는 필자가 대형서점을 위해 친필 싸인을 한 내용이 보인다.
5. 좋은 서평도, 날카로운 평가도 모두 시장의 반응이다
물론 해외 출판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책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아마존에는 때때로 필자가 보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혹평도 올라온다. 처음에는 섭섭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낸 이상 좋은 평가만 기대할 수는 없다. 칭찬도 독자의 권리이고 비판도 독자의 권리다.
오히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책에는 칭찬도 비판도 잘 생기지 않는다. 여러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독자들이 책을 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 출판시장이 모두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종이책을 읽는 인구의 변화, 온라인 콘텐츠의 증가, 물가 부담 등 출판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권의 한국 영어교재가 일본에서 번역·출간되어 실제 서점의 서가에 놓이는 일은 필자에게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6. 경쟁보다 더 오래가는 것은 교류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자주 비교된다. 스포츠에서도 경쟁하고, 문화 콘텐츠에서도 경쟁하며, 영어시험 점수도 비교한다. TOEIC 평균점수만 보면 이번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118점 높다. 이런 숫자는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가 된다.
그러나 이번 도쿄 출장을 마치면서 필자가 더 크게 느낀 것은 경쟁보다 교류가 오래간다는 사실이었다.
필자가 만난 일본의 TOEIC·영어 선생님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기꺼이 나누었고, 한국에서 온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학생들이 영어를 좀 더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았다.
한국의 좋은 영어교육 콘텐츠가 일본에서 소개되고, 일본의 좋은 학습법과 교육문화가 다시 한국에 알려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면 양국 학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필자의 책 한 권이 그 작은 다리가 되어 주었다.
도쿄 서점에서 내 책이 놓인 서가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책은 국경을 넘고, 영어는 사람을 연결한다.
시험의 횟수도 다르고, 응시료도 다르고, 평균점수도 다르다. 그러나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학습자의 마음은 서울이나 도쿄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앞으로도 일본의 훌륭한 영어교육자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때로는 서로 배우면서 함께 발전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도쿄 비즈니스 여행은 단순한 출판 홍보출장이 아니었다. 한 권의 TOEIC 교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khnew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