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커지자 정부·금투업계 폐지론 '신중모드'…“ETF 쏠림·TDF 위축 우려”
“완전 폐지보다 70%·30% 자산배분 안전장치 필요”
코스피가 9000선에서 6600선까지 급락하는 등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인 ‘70% 규제’ 폐지 검토에도 다시 제동이 걸렸다. 정부와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자율성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노후자금의 위험자산 쏠림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투업계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70% 한도 폐지 검토를 사실상 보류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회원사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퇴직연금의 장기투자와 자산배분 기능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과 최근 증시 변동성을 감안하면 위험자산 한도를 전면 폐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제도인 만큼 투자 자율성 확대와 함께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위험자산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연금은 단순히 투자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자산배분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사들도 한도 폐지를 무조건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성향에 따라 70% 한도 폐지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적극적인 투자자는 한도가 없어도 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반면, 투자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현행 70% 한도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나누는 사실상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도를 폐지할 경우 TDF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DF는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상품으로, 퇴직연금의 장기적인 자산배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위험자산 한도가 사라지면 TDF를 통해 자산배분을 해온 가입자들이 직접 ETF나 주식형 펀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운용사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도를 전면 폐지하면 ETF 등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대형 운용사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TDF와 채권형 상품 등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 수 있어 운용사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투자 자율성 확대와 퇴직연금의 장기적인 자산배분 기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률보다 장기적인 자산배분이 중요한 만큼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TDF 등 장기 자산배분 상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디폴트옵션 개편과 공시 강화 등 장기투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h022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