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네끼, 한국말 아니야?”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스타 공격수 엘링 홀란(25, 노르웨이)이 FIFA 월드컵에서 착용해 화제가 된 머리끈 ‘끄네끼(Kknekki)’.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사용하면서 이름을 알린 이 머리끈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한국이었다. 1980년대 강원도 춘천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크게 팔리지 않았던 머리끈이 어떻게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을까.
그 배경에는 약 8,000킬로미터 떨어진 두 회사의 만남이 있었다. 한국의 제조업체 두지는 생산에 집중했고, 노르웨이의 라이프스타일 기업 본뎁(Bon Dep)은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 유통을 맡았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손잡으면서 끄네끼는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우리는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유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지는 생산에 뛰어났고, 우리는 마케팅과 유통에 강했습니다.” 본뎁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라르스 그뢴세트(Lars Gronseth)는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자랐다
끄네끼는 1987년 강원도 춘천의 제조업체 두지 조현태 대표가 개발한 직조 방식의 머리끈이다. 서울 동대문에 매장을 내기도 하며 수십 년간 꾸준히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끄네끼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2015년 노르웨이의 본뎁을 만나면서였다.
본뎁은 당시 오슬로의 한 매장에서 다른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던 끄네끼를 처음 접했다. 제품의 가능성을 본 본뎁은 노르웨이 유통을 맡기 시작했고, 이후 두지는 생산을, 본뎁은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며 협력 범위를 북유럽과 유럽 시장으로 넓혀갔다.
두 회사가 손잡은 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색상은 수백 가지로 다양해졌고, 단순한 머리끈이었던 끄네끼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액세서리로 새롭게 소개됐다.
조현태 대표는 본뎁이 제품을 대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본뎁에 제가 이 제품을 보냈을 때는 정말 그분은 굉장히 이 제품에 대해서 귀하게 여겼고 또 귀하게 판매를 했습니다.”
조 대표가 주목한 것은 본뎁이 제품을 크게 바꾸기보다 프레젠테이션과 브랜딩,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미 있던 제품의 가치를 새롭게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약 8년간 라이선스 계약으로 협력해온 두 회사는 2023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본뎁이 끄네끼의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한 것이다. 두지는 계속해서 생산을 담당했고, 본뎁은 제품의 글로벌 브랜딩과 유통을 맡았다. 그렇게 성장해온 끄네끼는 홀란이라는 세계적인 스타의 애용품으로 주목받으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층 더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끄네끼는 홀란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 제조 기술과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만남
현재 두지는 매달 약 5,000만 개의 머리끈을 생산한다. 끄네끼의 인기가 반갑지만, 조 대표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일이다.
끄네끼의 생산 과정을 묻자 조 대표는 “영업비밀인데”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원칙은 설명했다. 직조 기계의 속도를 일부러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도를 높이면 생산량은 늘릴 수 있지만 장력이나 마감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최근에 나오는 성능 좋은 기계들로 제품을 짜면, 예를 들어 1시간에 100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저희는 여전히 10개만 만들어냅니다. 옛날 방식을 저는 끝까지 고집을 할 거거든요.”
홀란이 끄네끼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조 대표의 축구 경기 시청법도 달라졌다. 골을 넣었는지보다 경기 중 홀란이 머리를 몇 번 다시 묶는지를 유심히 보게 된 것이다.
"저는 일부러 경기를 볼 때 전반 45분이 끝날 때까지 홀란이 머리끈을 얼마나 자주 풀었다가 다시 묶는지 봐요. 그런데 거의 안 풉니다. 경기 시작할 때 묶었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거죠."
조 대표에게 홀란의 포니테일은 제품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인 것.
홀란이 끄네끼를 “한국 장인이 만든 머리끈”이라고 소개했을 때도 조 대표는 그 말을 자신의 제품에 대한 칭찬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홀란의 한마디가 이름 없이 제품을 만들고 묵묵히 사업을 이어온 수많은 한국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도 하나의 인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저한테만 들려진 얘기가 아니라 묵묵히 자기 일에 개발하고 ... 사업체 운영해 나가는 모든 분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홀란 이후
홀란의 영향으로 끄네끼는 한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본뎁은 최근 홈페이지 방문과 유통 문의, 소셜미디어 반응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이번 관심을 일회성 화제로 끝내기보다 다음 단계로 이어가려 하고 있다.
두지는 아시아인의 모발 특성에 맞춘 새로운 머리끈 브랜드 ‘졸라매(Zollame)’를 준비하고 있다.
본뎁은 끄네끼 브랜드를 한국에서도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한국은 끄네끼가 탄생한 곳일 뿐 아니라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시장 중 하나입니다." 본뎁의 페르 로버트슨 최고경영자(CEO)는 말했다.
"엄선한 프리미엄 유통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해 끄네끼를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tamm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