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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서 1m 간격 줄 선 시민들…관광객 썰물처럼 빠진 거리는 한산
한인사회 위기감도 고조…관광업계 "4월 넘어가면 대책 없다" 우려이탈리아 정부의 전국 이동제한령 발효 첫날인 10일(현지시간) 인구 300만명의 수도 로마에선 여느 때와 달리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확인된 뒤 하루하루 반도 전역으로 무섭게 확산할 때도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유지한 로마 시민들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평일인데도 교통량은 물론 거리를 다니는 주민 수도 확연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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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는 과거 보기 힘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일렬로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이다. 마트 측이 입장 가능 인원을 제한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줄 선 시민들은 안내에 따라 서로 간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마트에선 끊임없이 정부 시책에 따라 안전거리와 질서를 지켜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왜 줄을 섰느냐'고 물으며 어리둥절해하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정부의 행정명령안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나온 사람들이다.
30대쯤으로 보이는 한 시민은 "살면서 마트 앞에서 이렇게 줄을 서 본 적은 처음"이라며 씁쓸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줄 선 시민 중 많은 수는 마스크를 썼다. 마트 직원들도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마스크 쓴 시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 주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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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가로 나가면 코로나19가 단숨에 바꿔놓은 로마의 풍경이 피부에 와닿는다.
고대와 중세, 근대의 문화가 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인 로마는 '영원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연간 2천900만명(2018년 기준)의 방문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이탈리아 경제·금융중심지인 밀라노와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1천210만명)보다도 관광객이 많다.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오버 투어리즘'을 지적하는 지역 당국과 주민들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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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많던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로마 시내는 텅 비다 못해 황량해 보이는 상황이 됐다.
이탈리아는 물론 로마의 상징으로 꼽히는 콜로세움 주변 역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휑했다. 마스크를 쓴 가족 혹은 커플 단위 관광객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콜로세움 내부 입장이 금지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전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콜로세움 인근의 한 카페 업주는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지만, 콜로세움 주변이 이처럼 쓸쓸해 보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업소는 덩달아 최근 며칠 새 매출까지 크게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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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인근 주요 관광 명소가 모여있는 역사중심지구(Centro Historico)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인적이 드문 데다 음식점·카페 등이 대부분 문을 닫아 연휴나 7∼8월 여름 휴가 때를 연상케 한다.
로마의 관문 역할을 하는 기차역 '테르미니'도 유동 인구가 급감해 썰렁한 분위기였고, 테르미니 인근 중국인 상점들은 휴업 안내문을 내붙인 채 거의 예외 없이 셔터를 내린 상태다.
테르미니 역사 내 플랫폼 앞에선 이동 사유를 적은 본인진술서를 경찰에게 내보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출·퇴근을 포함한 업무상 필요성, 가족과의 만남, 건강상 이유 등을 제외하고는 거주지에서 행정구역이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장에 있는 경찰은 본인 진술서를 유심히 훑어보고 주민에게 몇가지 질문을 한 뒤 즉석에서 허가 여부를 판단했다. 기차를 타기 원하는 시민과 이동이 가능한 대상인지 꼼꼼히 확인하는 경찰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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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니같은 기차역은 물론 버스터미널, 고속도로·국도 등 주요 이동 경로에 경찰이 배치돼 모든 이동 승객을 전수 점검한다고 한다.
로마와 밀라노에 집중된 5천명 규모의 이탈리아 한인 사회도 현지 정부 대처 수위가 올라갈수록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바이러스 피해가 가장 극심한 북부 밀라노에 주재하는 우리 지·상사 대부분은 직원들의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감염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행여나 자사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올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할 때 끼칠 사업상 악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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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가이드·여행사·한식당 등 관광 관련 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한인들의 경우 이미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로마에 있는 한인 여행사는 상당수가 이달 초 자체적으로 여행객 모집을 중단했다.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만에 하나 고객 중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광가이드 역시 2월부터 일찌감치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미 확보된 3∼4월분 예약도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로마에서 활동하는 한 가이드는 "여기서 터전을 잡고 생활하는 가이드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비다. 이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고 4월을 넘어가면 생활고에 부딪히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