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상위권 연구 역량에도 한국 대학의 글로벌 연구·학생 네트워크 연결성은 홍콩·싱가포르에 크게 못 미쳐
세계 대학평가기관 QS의 창립자인 맷 시몬스(Matt Symonds)는 한국 대학들이 수년간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국제화 수준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몬스는 새 국가별 고등교육 순위인 ‘measuresHE Country 100’ 발표를 앞두고 코리아헤럴드와 22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몬스는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이 연구와 제도적 역량 면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축에 속하지만, 글로벌 인재 유치와 해외 학술 네트워크 구축에서는 역내 경쟁국들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평가는 국가 고등교육 시스템의 전반적인 역량과 국제적 연계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 설계된 순위 및 보고서인 ‘measuresHE Country 100’에 담겼다. 이 프로젝트는 QS 창립자이자 블루스카이 에듀케이션 CEO인 시몬스와 데이비드 왓킨스(David Watkins) 전 타임스고등교육(THE) 전무이사, 빌리 웡(Billy Wong) THE 수석 데이터 분석가가 공동 개발했다.
시몬스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Study Korea 300K’를 추진해왔지만, 이러한 노력이 아직 한국 고등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measuresHE Country 100 상위 20위권 국가 가운데 가장 폐쇄적인 생태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제 통합화'...공동저자 논문, 글로벌 석학 유치, 유학생 유치 부문에서 전부 뒤처져
보고서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강한 고등교육 및 연구 생태계로 평가했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공동 2위였으며, 홍콩만이 한국을 앞섰다. 전 세계 순위에서는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13위였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종합 순위와 달리, 한국은 한 국가가 해외 인재를 얼마나 잘 유치하고 국경을 넘는 지식 생산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측정하는 ‘국제 통합화’ 부문에서 약한 성적을 보였다.
이 부문은 국제 공동저자 논문 참여율,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술 인재의 비중, 외국인 유학생 수 등을 지표로 삼는다. 각 지표는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인구 규모에 맞춰 조정됐다.
한국은 국제 통합화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6.3점을 받았다. 홍콩의 96.3점, 싱가포르의 91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 작성진은 이 격차가 순위만으로는 가려질 수 없는 구조적 약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대학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강한 성과를 내더라도, 영향력 있는 연구와 인재 이동, 학문적 평판을 형성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결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웡는 “한국은 국경을 획기적으로 열고, 국제 공동저자 연구에 재정을 투입하며,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왓킨스는 한국의 낮은 국제 통합성 점수를 학문적 역량 부족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강한 고등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왓킨스는 이러한 강점이 아직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대외 개방성이 높은 학술 생태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왓킨스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글로벌 연구 및 학생 네트워크 속에 더 깊숙이 편입돼 있다.
보고서는 한국이 특히 국제 공동저자 논문에서 약하다고 봤다. 이는 한국의 연구 성과 가운데 해외 연구자와 함께 생산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 공동저자 참여 점수는 22.9점에 그쳤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93.3점과 85.9점을 기록했다.
또 한국 연구의 오픈액세스 출판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가들은 이 요인이 한국 연구의 글로벌 가시성과 파급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화는 논문에 외국인 이름 더하는 게 아니야' ... '실제로 유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장소 되어야'
이들은 한국이 홍콩과 싱가포르가 갖지 않는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도 짚었다. 영어가 고등교육이나 공적 생활의 지배적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어만으로는 격차의 규모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국내 일부 사립대학들이 세계 대학평가기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학술 용병’을 등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
특히 고려대는 세르비아 교수에게 1억3000만원을 지급하고, 스코퍼스 등재 논문 180편에 고려대를 제2소속으로 표기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스코퍼스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2024년 고려대 소속으로 집계된 학술논문과 리뷰 논문 수는 전년 6601편에서 8707편으로 늘었다. 이 증가분 가운데 1011편은 외부 학자 약 80명에게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대는 이들이 고려대 교수진과 실질적으로 협업했으며 공동연구에도 참여했다며 위법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measuresHE 보고서는 이러한 의혹을 평가하거나 개별 대학의 순위를 매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번 논란이 대학들이 국제화를 뒷받침할 실질적 기반을 구축하기보다 외형적 국제화에 치중하는 더 넓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진정한 국제화는 단순히 논문에 외국인 이름을 더하거나 국제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학술 관계를 구축하고, 세계적으로 입지를 갖춘 학자를 유치하며, 해외 파트너와 연구를 생산하고,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실제로 공부하고 일하고 싶어 하는 장소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몬스는 이번 결과가 한국 대학들이 여러 국내 기준으로는 강하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를 형성하는 글로벌 학술 네트워크에는 충분히 연결돼 있지 않다는 오랜 비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seungku99@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