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 억제에 실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살포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유엔군사령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유엔사는 유엔사령관의 승인 없이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출입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을 송출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1일 코리아헤럴드 취재를 종합하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우리 군이 지난 6월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한 특별조사를 실시해 이같은 조사 결과를 10일 국방부에 알렸다. 군정위는 DMZ 내 남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유엔사의 조사 결과를 반송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지침에 따라 11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 각각 유엔사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유엔사는 우리 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기존의 판단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적대행위를 중지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권적 조치이며 비례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북한군의 27회에 걸친 6,283개의 쓰레기 풍선을 살포와 108회의 GPS 교란 등의 도발에 상응하는 비물리적 조치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자위권적 조치는 유엔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으며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의 효과는 유엔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최근 북한 주민의 귀순이나 전방 북한군의 귀마개 착용 등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행해 나타난 효과의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이 적대행위를 멈출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봤다.
유엔사는 코리아헤럴드에 조사 결과와 관련한 국방부 및 합참 등과의 소통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에서) 조사를 한다는 얘기는 있었으나 그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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