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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맞으면 몸에 무선인식칩 삽입된다고?

Nov. 18, 2020 - 09:28 By Yonhap

백신 접종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연달아 낭보를 내놓으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백신 관련 루머도 덩달아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을 코로나19 백신에 삽입, 피접종자 인체에 칩이 들어가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하려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RFID란 라디오 주파수의 특성을 이용해 반도체 칩에 저장된 정보를 무선으로 읽어내는 기술로, 바코드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교통카드, 건물 출입증, 물류 유통 시스템 등에도 널리 활용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백신 맞으면서 RFID를 같이 맞추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이야기", "하루가 다르게 통제 사회 시스템을 갖춰가는 중"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최근 부쩍 늘었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SF영화에서 보던 미래가 현실화하는 것 같아 두렵다", "반대해야 한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커뮤니티나 SNS, 단체 채팅창으로 게시물을 퍼 나르며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RFID칩을 인체에 삽입한다는, 황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주장이 어떻게 확산할 수 있었을까?

정은경 청장의 국감 발언, 취지 왜곡된 채 유포

'코로나19 백신으로 RFID 칩을 신체에 삽입한다'고 주장한 게시글은 대부분 지난달 '정은경 "백신에 RFID 도입 의무화, 온도 확인 스티커 필요"라는 제목의 온라인 의학 전문매체 기사를 근거라며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난달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일부 독감 백신 실온노출 사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정 청장이 그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당시 정 청장은 "백신에 대한 지표, 인디케이터를 붙이는 거라거나 유통 관리에 대한 개선 부분은 필요성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정 청장 발언의 취지는 백신 등 의약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제품 포장에 전자 스티커 등을 부착하는데 대한 것이지, 신체에 삽입하기 위한 칩을 뜻하는 게 아니다. 당시 국정감사 회의록에도 RFID 칩이나 신체 삽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는데, 기사 및 정 청장 발언 내용을 왜곡한 게시물이 유통된 것이다.

백신 등 모든 국내 의약품에 RFID·바코드 부착 이미 필수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은경 청장의 10월7일 국감 발언이 있기 전부터 이미 국내 모든 의약품에 대해 제품 식별 및 유통 경로 추적을 위해 바코드나 RFID의 표기·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식약처 고시(告示)인 '의약품 바코드 또는 전자태그(RFID tag) 표시 대상 등에 관한 기준' 제2조는 "제조업자 등은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하는 의약품에는 바코드 또는 전자태그(RFID tag)를 표시하거나 부착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백신을 비롯한 국내 모든 의약품은 이미 포장에 바코드나 RFID 인식 장치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료 약품, 한약재, 임상약을 제외하면 완제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약은 바코드나 RFID를 써야 한다"며 "이미 의무화된 내용이라서 (백신에 의무 도입 등) 따로 검토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RFID칩 이식' 루머 외국에서도 나와…'허위'로 확인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신체에 RFID 칩을 삽입한다'는 주장은 외국에서 먼저 '유행'하기 시작한 '허위정보'다.

올해 상반기, 영상 공유 SNS인 '틱톡'에는 사람들이 팔에 작은 칩을 삽입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영상에는 "18개월 내 RFID 칩이 코로나 백신 접종과 함께 찾아올 것(짐승의 표식)"이라고 영어로 적혀있다. 이 영상은 지난 5월 기준 페이스북에서만 2만2천여 차례 공유됐다.

하지만 지난 5월 로이터통신은 이 영상에 대해 "짜깁기한 것"이라며 '거짓'이라고 팩트체크했다.

원본 영상은 한 미국 회사에서 컴퓨터 로그인, 복사기 활성화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원하는 직원들의 손가락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는 내용의 2017년 미 NBC 방송 보도이며, 코로나19 백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