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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6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현지 한인들도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안·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이날 시위는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내 윌셔파크 플레이스 잔디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는 흑인과 백인, 히스패닉계 등 다양한 인종의 주민 800여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집회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한인들이었다.
이들은 자유 발언을 통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며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을 촉구했고, 한인 청년 풍물패는 꽹과리와 장구, 북을 울리며 흥을 돋웠다.
한 한인 청년은 "우리도 흑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일원 "이라며 "경찰 폭력에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30대의 한인 여성은 "우리 한인들도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인종차별 문제에 흑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 초반의 한인 남성은 "48년을 이곳 LA에서 살았고, 1992년 LA 폭동도 겪었다"며 "28년 전 폭동 때는 왜 우리가 애꿎은 피해를 봐야 했는지 이해를 못 했지만, 흑인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깨닫게 됐다"고 발언했다.
흑인 사망 사건 항의 시위에 대한 한인들의 연대와 지지 발언이 이어지자 마이크를 잡은 흑인 여성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여성은 "저는 자라오면서 한인들을 '어글리 코리안'으로 생각했다.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한 뒤 "하지만 오늘 집회 현장에서 한인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주는 한인들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한국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한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집회 참가자들은 시위 중간에 무릎을 꿇고 9분 가까이 침묵한 채 플로이드를 애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간 목이 짓눌려 숨진 플로이드의 명복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시위에 참여한 한인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의 최광철 대표는 "1992년 LA 폭동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흑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평화적 시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타운뿐만 아니라 LA시청 앞에서 열린 아시아계 주민들의 대규모 항의 집회에도 한인들이 대거 참여해 흑인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보냈다.
한편 LA 한인타운에는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6일째 투입돼 주요 상가를 지켰다.
LA 한인회 관계자는 "이번 시위 사태가 벌어진 뒤로 한인 상가에서 30여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보험이 없는 한인들은 피해를 복구하는데 당장 1만∼2만달러의 돈을 들여야 해서 울음을 터트리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