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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짜 분유' 부작용 속출…"아기 목소리마저 쉬어"

May 15, 2020 - 14:35 By Yonhap

(빈과일보 캡처-연합뉴스)


'가짜 분유' 제조사 대주주, 中 유명 분유회사 창업자 출신
2008년 멜라민 분유 등 중국서 '불량 분유' 사건 끊이지 않아


중국에서 가짜 분유를 먹은 아기들의 머리가 '큰머리 인형'처럼 커지는 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이 분유의 다른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15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후난(湖南)성 천저우시 융싱현에 사는 궈(郭) 모 씨는 자신의 아이가 이 가짜 분유를 먹게 된 경위와 그 후유증에 대해 중국 현지 매체에 상세하게 증언했다.

현재 3살인 궈 씨의 딸은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보통 분유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궈 씨는 융싱현에서 가장 큰 분유 판매점에 찾아가서 특수 분유를 찾았고, 판매원은 궈 씨에게 문제의 분유를 권했다.

궈 씨가 분유통 위에 적힌 '고체 음료'라는 표시에 의문을 제기하자 판매원은 "분유와 같은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가짜 분유를 먹기 시작한 후 딸은 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3살이 된 지금까지도 제 목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딸의 발육마저 늦어지자 궈 씨는 지난해 12월 분유 판매점을 찾아갔지만, 문제의 분유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였다.

궈 씨는 당국에 이 가짜 분유를 고발했지만, 당국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궈 씨의 고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언론에서 이 가짜 분유의 후유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서야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후난성 당국에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분유는 식품안전법에 따라 철저하게 등록해 품질 관리를 하는 품목으로, 소비자들은 분유 제품이 당국의 허가를 받았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핀 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은 몸에 습진이 나고 체중이 감소하며 심지어 두개골이 과도하게 커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자기 머리를 때리는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영유아는 키와 지능, 행동 능력이 일반 영유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심각한 경우 장기 손상 증상을 보였다.

문제의 제품은 필요한 영양 성분이 거의 없는 일종의 고체 음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분유를 먹은 일부 영유아는 구루병 진단을 받았다.

구루병은 비타민D 결핍으로 일어나는 뼈의 병으로,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에 칼슘이 붙기 어려워 뼈의 변형이나 성장 장애 등이 일어난다.

더구나 이 가짜 분유를 제조한 기업의 대주주가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창업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회의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의 분유를 제조한 웨이러커(唯樂可)건강공업공사의 대주주인 샤오스후(肖詩弧)는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아오여우(澳優)를 동업자들과 함께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아오여우는 호주에서 원료를 조달한다는 점을 강조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분유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샤오스후는 2016년 회사를 떠난 후 메이여우가오(美優高)유업 등의 분유 회사를 잇달아 창업했다. 웨이러커는 그가 만든 네 번째 회사라고 한다.

아오여우 측은 가짜 분유 사건의 후폭풍이 커지자 자사와 샤오스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샤오스후가 경영하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이 아오여우의 제품 유통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우여우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당국의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불량 분유'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안후이(安徽)성에서 저질 분유를 먹은 아이들의 머리가 커지는 증상을 보였는데, 이 사건으로 영유아 13명이 숨졌다.

2008년에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가 널리 유통돼 적어도 6명의 영유아가 숨지고 30만 명이 피해를 보았다. 업체들은 단백질 함량을 속이기 위해 멜라민을 분유에 첨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도 이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이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