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수렵, 농경, 도시 건설 등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인간 활동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가 6차 대멸종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자원 착취 속에서 인간과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남에 따라 '괴질'이 인간사회에 창궐할 보건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미국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이러한 현상의 일부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영국 생물학 학술지 왕립학회보B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짐승들이 인간에게 옮긴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142종을 골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보고서인 '적색목록'과 비교해 어떤 동물이 인간과 얼마만큼 바이러스를 공유하는지 집계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소, 양, 개, 염소 등 가축들이 가장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인간과 공유했고 그 수치는 야생 포유류의 8배에 달했다.
설치류, 박쥐류, 영장류 등 주택, 농장 근처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도 조사대상 가운데 75% 정도에 달하는 바이러스의 숙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쥐류는 단독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니파, 마르부르크, 에볼라 등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인간에게 새로 전이되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은 수렵, 야생동물 거래, 서식지 파괴 때문에 개체수가 감소한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에서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이 높은 오지에 인간이 침입해 인간이나 주변 동물과 야생동물의 새로운 접촉이 이뤄지면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인간에게 전이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원헬스 연구소의 크리스틴 크뤼더 존슨은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이되는 것은 야생동물, 그들의 서식처와 관련한 인간활동의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존슨은 "그런 활동 때문에 인간이 야생동물들과 바이러스를 공유하는 대가를 치른다"며 "생물종의 생존과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여러 요소가 결합해 현재와 같은 혼란(코로나19 사태)이 닥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논문과는 별개로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야생동물 생존권 문제가 인간의 보건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은 점점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야생동물단체 200여곳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서한을 보내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시장, 야생동물을 전통 약재로 쓰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각국에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서한 발송에는 국제동물애호기금(IFAW), 런던동물원, 동물의 윤리적인 대우를 바라는 사람들(PETA) 등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전 세계에서 연간 20억명이 넘는 사람이 에볼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소결핵증, 광견병, 렙토스피라증 등 짐승이 옮기는 질병에 걸리고 그 가운데 2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숨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도 중국 야생동물 시장(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과 야생동물이 가까이 다가간 결과로 인간이 짐승의 병을 옮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