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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美·유럽 전문가 치명적 오판...왜?

April 5, 2020 - 16:07 By Yonhap
(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논쟁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영국 등 유럽 국가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마저 건강한 사람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건강한 사람의 마스크 착용이 마스크 과잉 수요를 불러와 의료진이 마스크를 쓰는 것마저 막을 수 있다면서 환자나 의료진을 제외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대중의 마스크 착용이 잠재적 이익을 가져온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은 최근 들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스크 미착용 정책이 과연 옳았느냐는 회의론이 이들 국가 내에서 제기됐다.

반면에 한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베트남, 태국 등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서구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 마스크 착용 정책의 성공을 입증했다.

홍콩대 위안궉융 교수가 의학 전문지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을 방문한 일가족 6명 중 유일하게 7살 여자아이만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이는 그 아이가 여행 내내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지난달 중순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체코의 경우 확진자 3천237명, 사망자 31명에 그쳐 사망자 수만 각각 1만5천 명과 1만1천 명을 넘어선 이탈리아, 스페인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상황이 이렇듯 변하자 미국과 유럽도 속속 마스크 착용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이 천 마스크 등을 자발적으로 착용할 것을 권고했고, 오스트리아는 최근 슈퍼마켓 등에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싱가포르 정부도 지난 2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서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WHO의 마이크 라이언 긴급대응팀장도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마스크 착용이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한다고 인정했다.

마스크 착용 정책으로의 전환에는 기침과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도 한몫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25%가 증상이 없으며, 이들이 건강한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코로나19 증상이 없어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다만 마스크 수요 급증으로 인해 벌어진 마스크 공급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18년 전 세계 마스크 생산량은 91억 개, 하루 2천500만 개였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중국 내 2천500여 개 기업이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어 이들의 하루 생산량이 1억1천600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하는 마스크에서 불량품이 속출하자 질 높은 마스크를 구하려는 쟁탈전이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서방 국가 사이에서 벌어져 "현대판 해적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개탄마저 나온다.

홍콩의 전염병 전문가 조지프 창은 "스카프 등 마스크 대용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외출이 필요 없는 사람은 최대한 집에 머무르는 등 '집단 지혜'를 발휘하면 마스크 부족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