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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하마가 어슬렁…콜롬비아 골칫거리 된 마약왕의 애완동물

Feb. 24, 2020 - 08:54 By Yonhap
(AP-연합뉴스)

에스코바르가 들여온 하마 4마리, 80마리로 불어나
주민 공격·생태계 파괴 우려…개체 수 조절 위해 중성화 수술


롬비아 메데인에서 4시간쯤 떨어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 하라미야는 어느 날 밤 기르던 노새의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깼다.

마당에 나간 그는 바깥에서 집을 들여다보고 있는 하마 한 마리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로나 마당에서, 심지어 축구장에서 난데없이 출몰한 하마를 보고 놀란 것은 하라미야 뿐만이 아니다.

콜롬비아 마그달레나강 주변에 서식하는 하마가 콜롬비아에 큰 골칫거리가 됐다고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아프리카에 사는 하마가 대서양 너머 콜롬비아로 건너온 것은 지난 1980년대였다.


(AP-연합뉴스)

콜롬비아의 악명 높았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자신이 건설한 공원 '아시엔다 나폴레스'에 개인 동물원을 만들고, 코끼리와 기린 등 이국적인 동물을 들여왔다.

1993년 그가 세상을 뜬 후에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죽었지만, 하마 4마리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버려졌다.

주인 잃은 아시엔다 나폴레스가 황폐해져 가는 동안 하마는 야생에서 살아남았고 번식을 이어갔다.

강과 호수가 있고 먹을 풀도 많은 데다 천적도 없는 아시엔다 나폴레스는 하마에겐 최적의 서식지였기 때문에 4마리였던 하마는 80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테마파크가 된 아시엔다 나폴레스에서 하마는 관광 상품이 됐다. 공원엔 하마 조각상이 들어섰고 기념품 가게엔 하마 열쇠고리를 판다.

그러나 하마의 존재가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하마가 민가에 자주 출몰하면서 주민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3t이 넘는 거구의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야생동물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히베르 카르도나는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크고 검은 무언가와 충돌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마였는데, 부딪힌 하마도 그 못지않게 놀라서 둘이 함께 달아난 덕분에 더 큰 피해는 없었다.

외래종인 하마는 콜롬비아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연구에 따르면 하마 때문에 이 지역 강물의 성분이 바뀌었다.

연구를 이끈 조너선 셔린은 AP에 "유해 조류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적조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며 "하마 개체 수가 이대로 계속 늘어나면 잠재적인 영향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콜롬비아 당국도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암컷 하마 한 마리에 대해 중성화 수술도 했는데 거구의 하마를 유인해 마취한 후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두꺼운 하마 피부와 지방, 근육을 자르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올해 화학적 중성화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향후 10년간 하마 개체 수가 4배로 늘 것이라고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콜롬비아 환경 당국의 지나 세르나는 하마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돈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