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 뒤 회복 신청, 과거 기피목적 짐작케 하는 정황"17세에 해외에 양자로 입양된 남성이 40세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신청하자 정부가 '병역 기피'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 회복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975년생으로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A씨는 1992년 그 나라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부모님의 지인에게 양자로 입양됐다. 이에 따라 한국 국적은 상실했다.
새로운 모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2003년 서울에서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2009년에는 아예 국내에 직장을 얻고 터를 잡았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F-2)' 자격 비자로 체류해 온 A씨는 40세가 된 2015년 우리나라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국적법 제9조 2항에 명시된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이라며 국적 회복을 불허했다.
A씨가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국적을 상실하던 당시 내심의 의사를 미뤄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A씨가 가진 '내심의 의사'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정황은 국적 상실과 회복 신청이 이뤄진 시기였다.
병역법은 한국 남성이 만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고 규정하는데, A씨는 만 17세 8개월 무렵에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A씨는 당시 학업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병역법은 국적이 회복된 사람에 대해서는 만 38세부터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만 34세이던 2009년부터 F-2 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며 직장을 다녔지만, 38세로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시기를 지나서야 국적회복 허가 신청을 했다"며 "이는 국적 상실 당시 A씨에게 병역의무를 기피할 목적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하게 하는 하나의 정황"이라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