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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대 때렸는데 7개월 후 사망…'폭행치사' 유죄

피고인 "사망 예견 못해" 주장…국민참여재판서 '예견 가능성' 인정

Sept. 9, 2019 - 09:19 By Yonhap

"피고인이 피해자 얼굴을 한 대 때렸는데, 이때 쓰러진 피해자가 몇개월 후 사망한 거예요. 그러니까 배심원분들은 사망에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주셔야 합니다. 즉 폭행이냐, 폭행치사냐를 판단해 주시면 됩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민철기 부장판사) 심리로 정모(47)씨의 폭행치사 혐의 1심 공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A(52)씨와 다투다 그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연합뉴스)

정씨는 "아내에게 치근덕거렸다"는 이유로 A씨와 다툰 끝에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차례 때렸다.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출혈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올 2월 사망했다.

정씨 측은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주먹으로 얼굴을 한 차례 때린 행위가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며 '폭행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정씨는 "식당을 개업하고 최대 매출을 올린 날을 기념하려고 가족들과 놀러 갔던 것"이라며 "욱하는 마음에 실수했지만 그렇게 큰 사고가 발생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이후 아내와 이혼하고 건강도 잃어 생활이 피폐해졌다"며 재판부와 배심원단에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얼굴을 폭행하면 뇌에 충격을 줘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라며 "체격이 건장한 피고인이 감정이 상당히 격해진 상황에서 폭행했고, 피해자가 직후 쓰러진 것을 보면 상당한 힘을 가해 일격을 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폭행으로 인한 사망 예견 가능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폭행치사죄는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뿐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에 유무죄를 판단하려면 폭행 정도와 구체적 상황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 7명 중 5명은 "사망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2명은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내놨다.

양형은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징역 2년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같은 배심원 판단을 참고해 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얼굴 중 턱이나 볼 부위는 주변에 뇌와 혈관, 신경 등 주요 장기가 밀집돼 있다"며 "이 부분을 강하게 가격할 경우 생명에 대한 위험으로 직결된다"며 정씨의 폭행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폭행 사실은 인정하는 점, 피해자가 아내에게 치근덕거린다고 생각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6일 항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