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막말·여성비하 동영상 상영' 논란에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보복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진 가운데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가 이와 관련한 처신이 문제가 돼 사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제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 회장은 "내부조회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제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게 된 고객사, 저희 제품을 신뢰하고 사랑해준 소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또한 "특히 여성분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그동안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일해온 임직원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많은 심려와 상처를 드린 저의 과오는 무겁게 꾸짖어 주시되 현업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과 회사에는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이번 제 잘못에 대해 주신 모든 말씀을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회견 시작과 말미에 고개를 숙이며 반성의 뜻을 표했다.
앞서 윤 회장은 7일 직원 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의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일본 대응을 비난하면서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고,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도 했다.
윤 회장이 한국콜마홀딩스 공동대표를 사퇴하면서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김병묵 공동대표가 단독대표로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콜마홀딩스 산하 계열사인 한국콜마, 콜마비앤에이치 등은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대로 운영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윤 회장의 사퇴는 회사 임원들도 기자회견 전까지 알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강준영 홍보 담당 전무는 기자들과 만나 "회장이 물러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충격이다"라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생각에 사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 조회에 대해서도 "회장께서 이전에는 칠판에 고사성어를 쓰며 말씀했는데 이번 조회에서 동영상을 처음 틀었다. 하지만 회사나 개인의 의견도 아니라고 분명히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 전무는 또 한국콜마가 일본계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1990년에 일본과 합작해 출범한 회사는 맞지만, 지금은 완전한 한국기업"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 분위기에 대해선 "우리 제품을 소비자들이 잘 몰라도, 고객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고객사 중에는 수출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많은데 그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비자들한테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