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장자연 씨를 둘러싼 성접대 강요 사건에 대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 배우 윤지오(32) 씨가 최근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 '과거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취지의 사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4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진상조사단에) '이 부분이 중요하고 핵심인데 왜 안 봤냐'고 물었더니, (조사단 관계자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씨가 남긴 글 중에) 핵심이 되는 두 줄이 있는데, 조사단이 내게 '그때(과거 경찰·검찰 수사) 왜 얘기 안 했냐'고 묻길래 '질문도 안 하는데 말하면 뭐하냐'고 답했다"며 "그랬더니 (조사단이) 이제야 묻게 돼서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분들(조사단)이 충격을 받아 거의 몇 분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며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과거 수사 자료에) 기록도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씨의 이 같은 설명은 그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강조했던 장씨의 글 '두 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씨는 장씨가 남긴 글 가운데 언론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대목 두 줄이 있는데, 여기에 장씨가 성접대를 강요받고 협박받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과거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
윤씨는 "언니(장씨)의 글 두 줄에는 고인이 처한 상황, 협박받는 상황과 모든 정황이 한가지로 압축돼 있다"며 "협박이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고, 언니가 아니라 언니의 언니를 협박했다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윤씨는 '두 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변호사로부터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윤씨는 이 글이 장씨의 필체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윤씨는 과거 수사를 받으면서 신변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하자 경찰관으로부터 '키가 170㎝ 이상인 사람은 납치 기록이 없다'는 말을 듣는 등 부당한 처사를 받아왔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이번 조사단의 활동에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들이 내 입장을 헤아리면서 발언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처음 받았다"며 "전에는 내 잘못을 추궁하고 공격하려는 사람들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배우 이미숙 씨를 비롯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의 용기 있는 발언을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윤씨보다 사건의 전말을 더 자세히 알고 장씨와 더 가까웠던 이들이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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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분들(증언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다. 시효가 연장될지 모르는 데다 (조사위 활동이) 2개월 남았다"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짐처럼 끌어안고 있기보다 내려놓고 무엇이 더 삶에 중요한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이미숙씨가 지난 3일 진상조사단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윤씨는 "다른 분들도 이미숙 선배님의 행동을 보고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을 낸 뒤로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살까지 빠졌다는 윤씨는 인터뷰 내내 최근 느낀 불안감을 수차례 언급했다. 인터뷰 자리에도 경호원 2명과 경찰관 1명이 동행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피해자'로 비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씨는 왼쪽 손목에 착용한 경찰의 스마트 워치를 눈에 띄지 않도록 스카프로 감싼 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스마트 워치가 사람들의 눈에 띄면) 피해자라고 인식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자신을 전면에 드러낸 이후 겪은 소회에 대해 윤씨는 "하루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거의 두세 건씩 매일 벌어진다. 악플(악성 댓글)도 그 일부"라며 "내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