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nd to

길고양이 처참한 죽음에 주민들이 사례금까지 건 이유는?

Jan. 27, 2019 - 09:47 By Yonhap

"사람을 너무 잘 따라서…그래서 변을 당한 것 같아요."

경기도 수원 주민 이선영(44)씨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토로했다.

이씨는 '광교호수공원 길고양이 학대 사건'과 관련, 한 달이 넘도록 목격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그는 지난해 여름쯤 호수공원 산책로에 나타나 예쁜 목소리로 '야옹야옹' 울며 사람들을 곧잘 따르던 길고양이 '나방이'(당시 2살)에게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순한 나방이는 어느새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됐다.

이씨에 따르면 나방이는 원래 인근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살다 로드킬로 어미와 형을 잃고 영역 싸움에 밀려 호수공원 쪽에 터를 잡았다.

이씨는 27일 "보통 길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해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가기 일쑤인데 나방이는 달랐어요"라며 "너무 순해서 오히려 산책로에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 사람들을 반겼어요"라고 말했다.

틈틈이 나방이에게 먹을거리를 주며 돌봐온 이씨와 몇몇 주민들은 겨울이 깊어지기 전 고양이에게 따뜻한 집을 마련해주기로 결심했다.

이씨와 주민들은 입양자가 나타나자 지난해 12월 10일 정오께 곧바로 호수공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들은 반긴 건 초주검 상태가 된 나방이었다.

왼쪽 안구는 심하게 돌출됐고, 얼굴 곳곳에는 피가 묻어있는 등 나방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나방이는 일주일 만에 급성 심정지로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출혈이 많았고 온몸의 뼈가 부러져 몸이 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측은 나방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게 아닌, 누군가에게 둔탁한 물건으로 맞은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씨는 "다친 나방이를 봤을 때 처음 며칠간 일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며 "나방이가 조금이라도 사람을 경계하고 피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방이를 더 빨리 입양 보내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많다"며 "입양자가 '(나방이의) 한쪽 눈이 실명됐으니 더 보듬어줘야겠다'고 하던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씨와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동물보호단체 측은 나방이 사건의 가해자를 찾아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폐쇄회로TV 영상 분석 결과 아직 뚜렷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광교호수공원 주변 곳곳에는 '고양이를 때린 사람을 본 목격자를 찾는다'는 이씨와 주민들이 만든 전단 수십장이 붙여져 있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씨는 "가해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생명존중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전단과 현수막을 만든 측면도 있다"며 "나방이는 그저 사람을 좋아했던 것뿐인데, 그로 인해 이번 일을 겪게 만들어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