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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가짜 금메달의 저주(?)'…"벤투호가 대신 풀어달라"

Dec. 28, 2018 - 09:29 By Yonhap

"태극전사 후배들이 내년 아시안컵에서 우승해 1960년 대회 때 영광을 재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축구 원로인 박경화(79)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한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던 1960년 대회 우승 멤버 중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명이다.

박경화 전 기술위원장이 살아있는 동안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보고 싶은 이유다.


(연합뉴스)

한국은 아시안컵 원년 대회였던 1956년 우승에 이어 국내에서 개최된 1960년 2회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지휘했던 2015년 호주 대회 때도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벤투 감독이 지난 8월 한국 사령탑 취임 일성으로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던 것도 아시아 축구 정상 복귀가 한국 축구의 숙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으로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함에도 이후 아시안컵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건 '가짜 금메달의 저주' 때문이라는 축구인들의 속설이 있다.

1960년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한 축구협회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자 AFC로부터 지원받은 비용으로 금메달을 만들어 선수 23명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저가로 제작한 금메달은 도금이 벗겨져 나갔고, 우승 주축이었던 최정민 등의 주도로 전체 선수가 '가짜 금메달'을 반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축구협회는 새로운 금메달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축구 원로들의 요청에 따라 한참 시간이 지난 2014년 23개의 금메달을 제작해 생존자와 가족 등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1960년 우승 멤버들의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금메달 23개 중 17개는 현재 축구협회 금고에 보관돼 있다. 당시 협회가 유족들을 수소문했지만, 금메달을 끝내 전해주지 못했다.

1960년 아시안컵 우승 당시 득점왕에 올랐던 조윤옥 전 대표팀 감독(2002년 작고)의 아들인 조준헌 축구협회 홍보팀장도 협회가 조 팀장의 어머니에게 직접 수여하려다가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

박경화 전 위원장은 "축구 수집가인 이재형씨의 도움을 받아 당시 금메달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면서 "가짜 금메달로 실망이 컸던 분들의 한(恨)을 풀은 만큼 이번에는 59년 만에 우리 대표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맞는 가장 큰 국제대회다.

벤투호는 지난 10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2-1로 꺾는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6경기 연속(3승 3무) 무패 행진 중이다.

지난달 호주 원정에서는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 호주와 1-1로 비겼고, 우즈베키스탄에는 4-0 대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벤투호가 공언한 것처럼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탈환하며 '금메달의 저주'를 풀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