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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간 해로…"조지-바버라 부시, 진정한 러브스토리"

Dec. 3, 2018 - 09:24 By Yonha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지난 4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부인 바버라 여사의 생전 '러브 스토리'가 울림을 주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1945년 1월 백년가약을 맺은 후 올해 나란히 삶을 마감할 때까지 73년을 해로(偕老)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대통령 부부라는 기록을 남겼으며 남다른 금슬을 보여준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각각 18세, 17세 때인 1942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초록색과 붉은색 파티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바버라 여사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파티에 참석한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 바버라 여사와 첫 대면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명문가 출신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매사추세츠 밀턴에서 주(州) 상원의원 출신 은행가인 프레스콧 부시와 도러시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2년 명문 필립스 고교를 졸업한 부시 전 대통령은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인 예일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았다.

바버라 여사는 뉴욕의 거부로 꼽혔던 '맥콜스(McCalls) 매거진' 발행인의 딸로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입는지를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특별한 날은 내 기억 속에 두드러진다"면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게 됐고, 그것은 동화 같은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이듬해인 1943년 8월 약혼하고, 1945년 1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격추돼 생사의 고비를 넘긴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8세 때 미 해군 최연소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1944년 태평양에서 자신의 어뢰 폭격기가 일본 방공포에 맞아 격추되자 낙하산으로 탈출, 바다에 표류하다가 잠수함에 구조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몰던 뇌격기(Grumman Avenger torpedo bomber)에 '바버라'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바버라 여사는 생전에 "부시는 내 기분이 어떤지 안다"면서 "그는 나의 영웅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버라 여사는 또 1994년 회고록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두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어 "모든 먼지가 가라앉고 구름이 몰려가면 중요한 것은 신앙(믿음)과 가족, 친구"라면서 "우리는 과도한 축복을 받아왔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버라 여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은 남성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기쁨을 내게 줬다"면서 "나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정상)에 올랐지만 그것은 '바버라의 남편이 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또 바버라 여사를 늘 자녀들의 곁을 지킨 '버팀목'이라고 표현해왔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슬하에 4남 2녀를 두었으나, 둘째이자 첫 딸이었던 로빈을 만 세 살 때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바버라 여사는 로빈을 잃고 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바버라 여사는 밤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팔에 안겨 울면서 아픔을 토로했다면서 "그(부시 전 대통령)가 왜 나를 떠나지 않았는지 거의 의아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조지-바버라 부시 부부의 관계는 손녀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딸인 제나 부시도 "놀랄만하다"고 묘사한 "진정한 러브 스토리"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