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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유튜브'로 희망준 불치병 美여성, 다른생명 살리고 하늘로

Sept. 4, 2018 - 18:18 By Yonhap
불치의 희소병을 앓으면서도 유머 넘치는 '병실 동영상'으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은 미국의 '유튜브 스타'가 세상을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21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 그가 온몸의 장기를 기증해 다른 생명들을 살린 사실이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낭포성 섬유증으로 투병하던 클레어 와인랜드(21)의 생명유지장치가 2일 저녁 꺼졌다.

지난달 26일 폐 이식 수술에 성공한 직후 혈전이 생겨 뇌 오른쪽으로 가는 혈류를 막는 바람에 치명적인 뇌졸중이 생긴 지 일주일 만이었다.

CNN은 와인랜드가 병과 죽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로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힘을 불어넣고, 미소와 용기로 이 세상을 밝힌 인물이라고 평했다.

태어날 때부터 낭포성 섬유증을 앓았던 와인랜드는 인생의 4분의 1을 병원에서 보내고, 자신을 돌본 의료진을 가족처럼 여겼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워낙 병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간호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병실을 집처럼 장식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CNN은 전했다.

유전병이자 진행성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은 미국에서 3만여 명, 전 세계에서 7만여 명만 가진 드문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점액이 너무 많이 만들어져 세균에 감염되기 쉽고 폐 내부의 기도가 막히는 것은 물론 소화 장애, 호흡 부전 등으로 고통받게 된다.

평생 30번 이상의 수술을 받았던 와인랜드는 13살 때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16일 동안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그의 가족에게 당시 의료진은 살아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와인랜드는 자신의 재단(Claire's Place Foundation)을 만들어 같은 병을 가진 환자 돕기에 나섰다.

또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그는 무제한 와이파이와 음식 등 병원에서 '특전'을 누리고 있다는 농담을 던지고 작은 일들을 감사히 여기면서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

와인랜드는 지난해 열린 테드엑스(TEDx) 강연에서 "삶은 단지 행복해지는 것이나 매 순간 어떻게 느끼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면서 "삶은 여러분이 여러분의 삶에서 무엇을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것이고,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찾을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고 말했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고 평균적인 생존 연령이 40세에 불과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는 방법은 폐 2개를 모두 이식하는 수술뿐이지만, 와인랜드는 당초 이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초 급격한 건강 악화로 활기를 잃어버리자 결국 수술을 결심했고, 지난 5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있는 팔로워들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수술로부터 일주일 뒤 평온하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와인랜드의 부모는 하루 뒤 딸의 장기기증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CNN은 보도했다.

한 복지단체는 모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두 남녀가 와인랜드의 좌우 신장을 각각 이식받았다면서 "클레어는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클레어의 선물은 엄청나다. 당신의 딸이 영웅이라는 것을 유가족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와인랜드의 각막과 다른 조직도 최대 50명의 환자에게 전해질 예정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와인랜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NS 등에서는 그녀의 명복을 비는 애도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