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사학 명문인 하버드대학이 배경은 좋지만 성적이 부족한 학생을 리스트에 올려두고 매년 이들 중 50~60명씩을 입학시킨다고 뉴욕타임스와 보스턴 글로브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버드대학의 이같은 입학 정책은 미국의 소수계 우대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을 차별했다며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개됐다.
(사진=AP)
미국 대학들이 대개 자체적으로 입학 명단과 거부 명단, 대기자 명단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Z리스트'로 불리는 하버드대 명단은 이런 일반적인 명단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신입생 1천600여명을 선발하는 하버드대가 2014년 이후 최근까지 'Z리스트'를 통해 입학시킨 학생은 전체의 3%를 넘는 한해 50~60명 수준이다.
학교는 입학 시기를 한해 늦추는 '입학 유예' 조건으로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70%가 백인이며 절반은 부모가 하버드대 출신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소수고, 60% 가까이는 학장이 '특별 관리'하는 주요 기부자나 기부 가능성이 큰 인사를 부모로 둔 '금수저'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의 성적은 하버드대 입학이 간당간당한 수준이어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입학이 가능했을지는 불분명하다.
하버드대는 'Z리스트' 존재를 밝히길 꺼리고 있으며 실제로 하버드대가 이같은 명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수십년간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대학이 SFA에 제공한 5년치 입학 관련 자료와 내부 이메일 등을 제공하면서 소문만 무성하던 'Z리스트'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 하버드대 학생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2002년 'Z리스트'의 실체에 대해 보도하며 2001~2002년 이같은 사정 방식으로 입학한 80명 중 36명이 동문 자녀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 측은 소송 문서에서도 'Z리스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입학 유예' 대상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Z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함구했다.
SFA에 법률 조언을 해주는 리처드 칼렌버그 센추리재단 연구원은 이를 하버드대로 가는 '뒷문' 같은 것이라며 "백인, 부유층, 연줄 좋은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런 특혜 제도를 없애면 하버드대의 인종·사회경제적 다양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하버드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학업 성적의 우수성부터 학생들이 다양한 학업적 관심사와 관점, 능력을 갖춘 동료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캠퍼스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부분까지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이같은 선발 제도를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한 입학 전문가는 지적했다.
동문과 기부자들을 만족시키는 한편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학교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들도 '동문자녀 특례입학'이 동문들의 애교심을 고취하는 한편 370억달러에 이르는 기부금을 더욱 늘리는 방안이라고 귀띔했다.
SFA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에 대한 개인적 특성 평가 점수를 다른 인종에 비해 낮게 부여해 인종차별을 한다며 하버드대가 소재한 보스턴 연방법원에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