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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발암물질’ 노출 대한항공 지상조업 직원들, “우리도 피해자”

May 18, 2018 - 15:07 By Bak Se-hwan
-대한항공 지상조업체 직원들, 활주로 매연 장시간 노출에 기관지 질환 등 호소

-차량 운전석 덮는 캐노피 설치 수년간 요구해도 사측, “마스크 써라” 묵살 

-캐노피 없는 항공 차량, 악천후 때 기내 승객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 미칠 수 있어 

-직원들, “명백한 산업안전법 위반” 

-“한국공항의 장비 구입 권한 사실상 조양호 회장이 독점. 직원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오로지 비용 절감에만 혈안” 내부 제보도

-공항 매연관리 주무부처 국토부도 기준치 초과 차량 점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



공항 차량 배기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대한항공 계열사 한국공항 직원들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관리는커녕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공항은 항공기 견인, 급유, 수하물 운반 과정에서 매연과 미세먼지를 직접적으로 들이마시는 직원들의 대책마련 요구를 수년 간 묵살해 온 것으로 코리아헤럴드 취재 결과 드러나 ‘또 다른 갑질 피해 사례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관련 영어기사

17일 한국공항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소속 직원들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배출되는 상당량의 매연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기관지 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다. 토잉트랙터(항공기 견인차) 등 항공 차량 운전석을 완전히 덮는 장치(캐노피)가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공항 토잉트랙터 모습. 후방 운전석에 캐노피가 설치돼 있지 않다. 사진=김병수 한국공항 안전 감독 

한국공항 항공기 지원팀에서 타이어 분해 및 세척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병수 안전 감독은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이 비용절감을 위해 항공 차량 구매 시 아예 캐노피 미장착 상태로 구입한다. 매연 저감장치, 에어컨, 히터 등 필수 옵션까지 다 빼버린다”며 “매연 외에 활주로에서 날아오는 타이어 고무가루도 그대로 마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공항에서 나오는 매연은 웬만한 발전소 못지 않는데도 운전석이 뻥 뚫린 차량을 타고 다니는 곳은 인천공항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면서 “우리도 대한항공 갑질 경영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헤럴드가 입수한 한국공항 내부 업무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조업 직원들은 지난 2012년부터 회사 측에 토잉트랙터 내 캐노피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불채택’되고 있다. 이 외에도 배기가스관이 얼굴 방향으로 분산되는 카고로더, 수하물 이동용 컨베이어카, 기내식을 싣는 푸드카 등에 대해서도 머플러 개선 요구가 건의사항 형식으로 보고되었지만 회사 측은 “장비 작동 중 보호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방안을 고려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병수 한국공항 안전 감독 

더 큰 문제는 캐노피 없는 항공 차량이 기내 승객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잉트랙터는 승객을 태운 수십 톤의 항공기를 일정 거리 끌고 갈 때도 사용된다. 이때 눈이라도 내린다면 액셀러레이터이나 브레이크가 미끄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한 순간의 실수가 객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캐노피 설치 요구를 묵살하는 회사 측의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한국공항 사장 자체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심어 놓은 바지사장이다. 한국공항의 장비구입 권한은 사실상 조 회장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조 회장은 오로지 비용을 절감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눈에 뒤덮인 토잉트랙터 후방 운전석 모습.

한편, 낙하물 위험이 없는 공항 이동지역에서도 전 직원이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붕 없는 차량으로 인해 고용노동부가 안전모 착용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공항 차량의 운전석이 뚫려 있다는 것부터 명백한 산업안전법 위반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입장이다. 

캐너피가 설치된 타사 토잉트랙터(왼쪽)과 한국공항 토잉트랙터 비교사진

신영철 한국공항 안전 선임감독은 “산업안전보건법 51조에 따르면 관리책임자가 안전보호구 착용 이전에 설비개선 등 보호 조치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며 “안전모는 낙하물 위협이 있을 때 착용하는 건데 공항에서 떨어질 게 비행기 말고 더 있겠나”고 말했다.

‘캐노피 논란’에 대해 노동부도 최근 추가로 입장을 내놓았다. 노동부는 회사 노조 측에 “충분한 강도를 가진 캐노피를 갖춘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작업 시 법에서 정한 (안전모를 써야 하는) 위험이 있는 장소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공식 답변했다. 하지만 정작 캐노피 설치 여부에 대한 사항은 빠져있어 ‘반쪽짜리 권고안’이라는 평가다.

한국공항 노조 공공운송본부의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은 “배기가스 연소물질은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를 예방해야 하는 게 산업안전 법의 취지”라며 “대기업은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회사의 캐노피 설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 측은 향후 토잉트랙터에 캐노피 설치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주 한국공항 홍보 차장은 그 외 다른 항공 차량의 머플러 방향 조절 요구에 대해선 “머플러 방향 조절 시 매연이 제대로 배출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차량이 고장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비구입 관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전권을 행사한다는 제보에 대해서는 백 차장은 “모든 결정은 한국공항 이사회가 결정을 한다”면서도 “상반기, 하반기 대규모 투자계획 수립의 경우 이사회 승인 이전에 조 회장이 먼저 안을 받아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구은경 대한항공 국내홍보팀 부장도 "한국공항이 대한항공의 하청 업무를 받아서 담당하긴 하지만 협업 차원이지 다른 독립적인 회사"라며 "조 회장이 한국공항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항 차량 매연을 관리 감독하는 국토부의 안일한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인천공행에서 운영되는 모든 항공 차량은 국토부가 고시한 공항환경관리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현장 평가는 산하 공공기관인 공항공사가 집행하지만 집행 인원이 부족해 공항공사는 해당 업무를 다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정비팀에 위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차량 당 최대 6만원의 사례비를 위탁 정비팀에 지불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제보자는 “위탁 수익이 걸려있어서 양 항공사 사이에 미묘한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 타 항공사 차량 평가를 느슨하게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편법을 동원해 매연 기준 초과 차량을 통과시켜주기도 한다. 가령 연료분사펌프를 조절하거나 액셀러레이터를 약하게 밟아 매연을 덜 뿜게 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윤칠성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 공항안전과 주무관은 “공항공사가 현장에 주기적으로 나가 매연 단속 장비를 따로 해서 (매연 기준 초과)차량이 발견되면 즉시 못 다니게 조치를 취한다”라면서도 현장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국토부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코리아헤럴드 박세환 기자 (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