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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정현, 오늘 저녁 '황제' 페더러와 영광의 한 판

Jan. 26, 2018 - 09:24 By Yonhap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한국체대)이 드디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코트 반대편에서 마주 선다.

(사진=연합뉴스)

정현은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준결승에서 페더러를 상대한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호주오픈이 끝난 뒤 발표되는 29일 자 세계 랭킹에서 30위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정현은 이형택(42)이 2007년 달성한 36위라는 역대 한국인 최고 랭킹 기록도 경신했다.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비인기 종목'에 머물렀던 테니스는 국내에서 '신드롬' 수준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정현이 16강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완파한 이후 정현의 경기 결과는 대다수 국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TV 중계 시청률도 급증했다.

이뿐 아니라 정현이 입었던 의상이나 안경, 시계 등의 제품 매출이 늘었고 테니스용품의 온라인 매출은 최대 357%나 치솟았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로저 페더러 (AP=연합뉴스)

정현이 조코비치나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물리치고, 경기 종료 후 온 코트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로 외국 관중을 웃기기까지 하는 장면에 매료됐다는 팬들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이런 '테니스 열풍'에 정점을 찍을 것이 바로 오늘 정현과 페더러의 맞대결이다.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에서 처음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윔블던까지 햇수로 15년간 꾸준히 메이저 대회 정상을 지킬 정도로 세계 테니스계의 최강자로 군림한 선수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통산 우승 횟수가 19회로 가장 많다. 페더러 다음으로 많은 메이저 우승 기록은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의 16회다.

페더러가 사상 최초로 메이저 남자 단식 20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현을 마주쳤다는 점에서 한국 테니스 팬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성사된 셈이다.

정현 (EPA=연합뉴스)

1996년생인 정현은 페더러보다 15살이나 어리지만 이번 대회에서 즈베레프, 조코비치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1회전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와 경기에서 2세트 도중 기권승, 3회전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경기 3-2 승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경기는 모두 3-0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맞서는 페더러는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공교롭게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타이브레이크 전승을 기록 중이다.

정현이 다섯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겼고, 페더러 역시 세 차례 타이브레이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특히 세계 랭킹 58위에 불과한 정현이 조코비치와 두 차례, 즈베레프와 한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긴 것이 이례적이다.

정현은 2016년만 하더라도 타이브레이크 승률이 16.7%로 91명 가운데 89위일 정도로 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60%로 81명 가운데 27위로 껑충 뛰었다.

또 올해는 타이브레이크 승률이 7승 1패로 87.5%를 보인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놀라운 코트 커버 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을 앞세워 스트로크 대결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고 있다.

다만 페더러가 강력한 서브에 이은 네트 대시 등으로 랠리를 길게 가져가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정현의 그라운드 스트로크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마린 칠리치 (AP=연합뉴스)

이 경기에서 이긴 선수는 이미 결승에 올라 있는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와 28일 결승에서 대결한다.

정현은 칠리치를 상대로 3전 전패를 당했다.

반면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3-0 완승을 비롯해 칠리치와 경기에서 최근 3연승, 8승 1패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칠리치는 25일 준결승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정현이 최근 많이 성숙했고 1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며 "수비가 뛰어나고 코트 측면에서 때리는 샷이 위력적"이라고 경계심을 내보였다.

28일 결승전에서 칠리치와 같은 코트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될 선수는 누가 될 것인지 스포츠 팬들의 시선이 호주 멜버른을 향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