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공포에 떨고, 추위에 떨고…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웠어요."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역대 2번째로 강한 규모 5.4 강진 진앙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주민은 16일 새벽에도 여진이 잇따르자 극도의 불안 속에 잠을 설쳤다.
이들은 무엇보다 추가 지진과 여진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특히 수능이 1주일 연기됐으나 여지없이 찾아온 '수능 한파'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북구 흥해읍사무소로 대피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천 1리 최영태(54)이장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동생 가족 2명과 우리 가족 4명이 용천리 부모님 댁에서 함께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올해 85세인 아버님이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높은 건물은 갈 엄두도 안 나 저층인 아버님 댁에서 밤을 보냈지만 잠잠할 만하면 다시 집이 흔들려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붕괴 위기에 몰린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가 집인데 본진 직후 가보니 현관문은 열기 힘들 정도로 뒤틀려 있었고 가재도구는 깨지고 쓰러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평소 부인과 단둘이 28평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흥해읍 망천리 조준길(69)씨는 "포항 시내에 있는 아들딸 3형제 가족이 모두 우리 집으로 와 밤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자정 넘어서도 여진이 수차례 계속됐고 그때마다 가족들이 좀 더 안전한 마당으로 뛰쳐나오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포항시 흥해읍사무소 인근 체육관에 지진을 피해서 대피한 주민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송 3리 김정구(44)이장은 "마을 곳곳에 담이 쓰러진 곳이 몇 군데 있고 추가 붕괴 우려도 있어 여진으로 주민이 다칠까 봐 밤사이 주변을 둘러보느라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이장은 "여진도 여진이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위도 만만치 않아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주민 800여명도 여진 공포와 추위에 밤사이 큰 고통을 호소했다.
기상청은 이번 5.4 강진에 이어 16일 오전 7시 현재까지 40차례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