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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번번이 우리만" 사상 첫 수능 연기 '1999년생들' 수난사

Nov. 16, 2017 - 09:43 By Kim Min-joo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16일 치러질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처음 미뤄지면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1999년생'들은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됐다.

이들 사이에서는 "학창시절 결정적인 시기마다 국가적 재난이 반복된 탓에 우리 중에는 수학여행을 한 번도 못 가본 친구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뒤 주민들이 대피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한 고3 학생이 수능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천년을 한 해 앞두고 태어난 1999년생들은 약 61만4천여명이다.

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0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신종플루가 퍼져 확진 환자가 최대 4만9천500여명(2010년 11월 10일)에 달하기도 했다.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못지않게 5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아 1999년생 가운데 상당수는 첫 수학여행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발간한 '교육기관 신종플루 대응백서'에 따르면 1차례라도 수업을 쉰 학교는 7천262곳(학년·학급휴업 포함)으로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39.9%나 됐다.

1999년생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된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때도 수학여행 등 학교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도 1학기 수학여행 전면 중단 조처를 내렸고 학교·학부모가 취소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유행했다.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환자는 186명까지 급증했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 사회가 공포에 빠졌고 2천곳이 넘는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각종 학교 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전염병과 대형 참사 등에도 불구하고 1999년생들에게는 올해 수능 연기가 체감상 가장 큰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예고 없이 미뤄지면서 모든 대학입시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수능은 2010년 신종플루가 확산했을 때도 예정된 날짜에 진행됐다.

1999년생들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사회수업 시간에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1∼5학년 때는 6학년이 되면 역사를 배우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됐고, 정작 6학년이 되자 5학년에 역사수업을 두는 '2007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1999년생들은 7차 교육과정, 2007 개정교육과정, 2009 개정교육과정, 2011 개정교육과정 등 누구보다 많은 교육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