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결정을 내릴 때 한국과 상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31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와 사업하는 유럽 기업인 이익 옹호 단체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 모임에서 연설하며 러시아는 대북 군사공격 시나리오와 관련한 미국의 발언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 모임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라브로프는 "북한 문제의 군사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발언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한반도에 무력을 사용하라는 명령이 있으면 의회 승인 요청 없이 명령이 이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이는 상당히 우려스런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 일본과 대화했으며 그들은 만일 군사 시나리오에 따른 일이 발생하면 그들이 일차적 피해 대상이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는 이어 "한국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 무력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한국에 대한) 승인 요청은 고사하고 어떤 협의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전혀 주지 않는 미국의 다른 발언들을 듣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정부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대북 군사공격 결정 시 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사전 승인을 구하거나 협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라브로프는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러-중 제안('로드맵' 제안)이나 이행 가능한 다른 어떤 평화 제안에 대해서라도 충분히 주의 깊은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1단계에서부터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해 가는 단계별 구상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