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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일가족 살해범 언제 송환되나…뉴질랜드 절도사건이 관건

Oct. 30, 2017 - 09:54 By Kim Min-joo

경기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에서 붙잡힌 가운데 용의자의 송환 시기는 그가 과거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절도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뉴질랜드 언론들은 현지 경찰 발표를 인용해 한국에서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김모(35)씨가 과거 저지른 절도사건으로 이날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께 오클랜드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경찰 관계자들이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소재 콘도 주차장에 주차된 K5 차량 트렁크에서 이 사건 용의자의 계부인 C(57)씨의 시신을 발견,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피해자가 모두 숨지고 용의자는 달아나 범행 동기 등 미궁에 빠졌던 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전기를 맞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김씨를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데려와야 하는데 수원지검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가장 빠른 방법은 강제추방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이 외교부를 통해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해 김씨를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뉴질랜드가 추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르면 열흘 만에 한국땅을 밟도록 할 수 있다.

문제는 김씨가 한국에서 저지른 살인 혐의가 아닌 뉴질랜드에서 절도를 한 혐의로 붙잡혔다는 데 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김씨의 체포 소식과 함께 오는 30일 현지 법원에 출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사법 절차에 따라 김씨가 절도 혐의로 자유형(형을 받은 사람을 일정한 곳에 가둬 신체적 자유를 빼앗는 형벌)을 받는다면 형을 모두 복역한 뒤에야 강제추방된다.

경찰 관계자는 "뉴질랜드 사법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모르지만 벌금형을 받는다고 해도 김씨가 이를 낼 돈이 없으면 우리나라에서처럼 강제노역을 해야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노역을 모두 마친 뒤에야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는 나머지 방법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까지 뉴질랜드를 비롯해 26개국과 이 조약을 체결해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범죄인에 대한 인도를 조약 체결국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조약의 진행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이 검찰에 범죄인 인도를 신청하면 검사가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범죄인 인도 신청을 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토를 마치고 외교통상부로 보내면 범죄인 인도 신청은 해당국의 외교부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무부에 전달된다. 외교부를 통해 양국의 법무부가 협력하는 셈으로 검거된 범죄인도 외교부를 거쳐 법무부로 인도된다.

현재 경찰이 신청한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서류는 수원지검에 있다. 수원지검은 이 사건 증거, 김씨에 대해 우리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등 필요한 자료를 갖춰 최대한 빨리 서류를 대검찰청에 보낼 방침이지만 절차를 모두 거치려면 수개월이 걸린 전망이다.

때문에 김씨의 절도사건이 뉴질랜드에서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김씨의 송환 시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머무는 사람을 우리나라로 강제로 데려오는 일이라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며 "인도 시기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국의 재량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씨가 뉴질랜드 영주권자라는 사실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영주권을 취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시민권자가 아닌 이상 영주권자도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면 강제추방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해당국에 영주권자 보호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면 절차가 조금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인인도조약은 영주권자는 물론 그 나라 국민에게도 적용이 가능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인도 시기는 강력사건의 경우 사기나 횡령 등에 비해 보통 빨리 이뤄지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짧게는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