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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성희롱 폭로한 女방송기자 '해고' 조처

Sept. 28, 2017 - 11:46 By Yonhap

호주 주요 방송사의 수습기자가 남자 선배 기자의 성희롱성 언사에 대해 회사 측에 신고한 뒤 오히려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방송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주요 민영방송사인 채널7의 수습기자 에이미 타우버(27)는 선배 기자(43)의 성희롱 및 성차별적인 발언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선배 기자는 세쌍둥이인 에이미를 겨냥해 "자매 1명이 동성애자인 만큼 당신도 틀림없이 동성애자"라거나 에이미의 나이를 언급하며 "여성으로서 TV에서 일하기에는 한물간 나이"라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하지만 고충이 제기된 직후 돌아온 것은 보복성 조사였고 수일 후 에이미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에이미는 부당 해고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회사 측과 법정 밖 화해에 도달했다.

이번 일은 최근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이 성희롱의 피해자가 아닌 고용 계약의 위반자로 에이미가 조사를 받게 되는 내용의 녹음된 대화를 공개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비난의 화살은 방송사로 향하고 있다.

녹음된 대화에 따르면 여성 인사 책임자는 에이미가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라는 신고가 있었다며 조사 기간 업무 배제 조치를 알렸다.

또 에이미에게 전화와 사원증을 즉각 반납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말하면서, 조사에 필요하다며 에이미에게 컴퓨터는 물론 페이스북을 포함한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로그아웃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뜻밖의 회사 조치에 에이미는 "모욕적"이라고 말하고는 "이 일자리를 얻으려고 열심히 일했고,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호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추후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라고 밝힌 사람은 수습 동료 겸 친구로 밝혀지고, 그는 에이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회사 측은 에이미의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한편 에이미가 수습 동료들과 재미로 삼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과 함께 쌍둥이 자매가 일하는 채널7 방송 요리프로그램에 대해 풍자를 섞어가며 한 평가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사 측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에이미는 어떤 사항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용 계약을 위반해 해고됐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연방교육장관인 사이먼 버밍엄은 이번 사건으로 방송사의 평판이 크게 훼손됐다며 "호주 주요 사업자들에게는 고용 절차나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송사 측이 사내 문화를 바꿔야 하고, 미디어 산업 전반의 남성 위주 사고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에이미는 같은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그만둔 자매와 함께 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선배 기자는 사과를 한 뒤 다른 부서로 옮겨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