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아이엠낫(iamnot)과 이승환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오는 10월 21일,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릴 콘서트에서 객석 2,300석을 꽉 채우는 것이 목표다. 300석 정도를 채우던 이들에게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이지만, 이들은 기꺼이 도전에 나섰다.
이번 공연은 “프리프롬올” 프로젝트 등을 통해 후배 밴드들을 지원해오던 이승환이 CJ문화재단과 손잡고 시작한 “인디 음악 활성화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본 공연에서는 이승환 외에 이적, 선우정아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참가해 지원시격을 할 예정이다.
아이엠낫을 구성하는 임헌일(기타, 보컬), 양시온(베이스), 김준호(드럼, 보컬)은 음악계에서 낯선 이름이 아니다. 서울예대 동기들 5명으로 구성된 “브레멘”이 실력과 완성도 면에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군입대 등으로 해체된 이후 십여년, 이들은 각자의 역량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2015년 결성 이후 싱글과 EP를 내놓던 아이엠낫은 지난 5월 첫 정규 앨범 “Hope”를 통해 기존의 색깔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다소 대중지향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오늘 15일 새 싱글 “그 자리에 있어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중고신인” 아이엠낫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기존의 강한 음악과 다소 느낌이 다르다. RBTY의 경우 EDM으로 가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 설명해달라.
양시온: EDM도 저희가 워낙 좋아하는 장르다. 준호는 요즘 거의 EDM만 듣는다.
이러한 장르도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도한 것이다. 사실 우리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공연에서 굉장히 좋아하신다.
- 가장 애착이 가는곡은?
임헌일: 사실 앨범 내자마자 많이 들었던 질문인데, 처음에 들었던 느낌과 공연하면서 받는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느낌인데, 처음에는 Happiness나 Fly를 거론했지만 지금은 Just believe what I say가 있다.
최근에 버스킹이나 어쿠스틱한 무대를 많이 하는데 저의 목소리와 잘 맞는 곡인 듯 하다. 가사가 위로가 된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느낌이다.
양시온: Wake Up이란 노래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 전에 한번 부르는 걸 듣고 가사나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앨범에 넣자고 계속 설득했다. 엄청 공 들였는데 잘 나온 것 같아 좋다.
김준호: iamnot Blues같은 경우 저희 아이덴티티가 잘 녹아난 듯 하다. 저희가 잘 하는 걸 했고, 재밌는 요소들이 들어있다. 새로운 사운드와 멋진 기타리프 등 다채로운 느낌이다.
- 새 앨범은 희망적인 색깔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방향을 이끌어가는 멤버는 헌일 씨인 듯한데, 어떤 의도로 이렇게 메시지를 구성했는지?
임헌일: (제가) 가사나 곡을 많은 비중 차지하니까 그렇게 된 듯 하다. 그런데 그게 저희가 느끼고 있는 당시 시기의 감정이었다. 안 좋은 시기에 쓴 곡들인데, “난 무조건 잘될거야” 그런게 아니다.
최근에 나라 사정도 안 좋고, 30대 중반을 보내는 입장에서 대한민국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하고 있다.
당장 돈이 없어서 힘든게 아니지 않는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그런 상황에 놓인 젊은이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이에 좌절하고 그런게 아니라 밴드로서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저희가 좋아하는 U2나 그런 밴드들이 그런 음악들 해왔고, 저희도 그런 얘기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 가사를 쓸 때 개인적인 경험을 담아내나?
임헌일: 경험만을 담아내지는 않는다. 만든다는 것은 창작이기 때문에 저의 경험으로만 만들면 쓸 것도 많이 없다. (가사에) 저라는 사람을 투영시키려고 노력한다.
- 3인조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굉장히 풍부하고 다양하다.
양시온: 저희 작업 방이 좀 특이한게 저희는 일단 곡을 완성하고 합주한다. 완성된 사운드가 풍부하니까 어떻게든 그 사운드를 내려고 합주를 많이 하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한다.
임헌일: 일단 듣기좋은 음악을 우선 만들고, 그것을 라이브로 소화하는 방식을 한다.
사실 라이브랑 앨범이랑 다른데, 라이브용 합주를 많이하고 공연하다보니까 어느 부분의 사운드를 채워넣을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듯 하다. 예전에는 유행하는 3인조 락앤롤 사운드대로 했다. 지금은 여러 (사운드의) 조합을 고심하는 편이다. 예전방식처럼 합주하면서 하다보면 요즘 트렌드에서 벗어난, 오직 라이브용만을 위한 음악이 될 수도 있다.
- 작곡을 할 때 잼(즉흥 합주)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방식을 취하나?
김준호: 보통 개인적으로 작곡을 마친 다음에 합주를 해보는 형식을 취한다.
임헌일: 초반엔 잼도 있었지만 듣는 입장에서 좋은 음악 만들려면 흥분하지 않은, 정제된 상황에서 만드는 것이 중요한 듯 하다.
- 아이엠낫은 다양한 음악적 색깔이 있는데 어떤 밴드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김준호: 일단 굉장히 크게 영향 받은게 U2나 콜드플레이 등이 있고...
임헌일: 저는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워낙 좋아하는데 기타 톤에 대한 접근도 영향을 받았다. 그 외에 영국 뮤지션들을 좋아하는데, 이런 영향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한다.
- 브레멘 당시와 비교해보면 10여년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가 있는가?
양시온: 그땐 워낙 처음이었고 음악을 잘 몰랐다. 지금은 각자의 포지션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 안해도 딱 나오는게 있다. 경험이 있으니까.
김준호: 그때는 이것저것 해보고 어떤 사운드가 나올지 예상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속에 그린 것들을 미리 미디작업으로 해보고 (작곡을) 한다.
임헌일: 사실 예전에는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멤버의 음악적 아이덴티티, 곡, 의견수렴을 적용하고... 근데 음악은 그렇게 나오는게 아니더라.
저도 편곡할 수 있지만 시온이가 하는게 훨씬 멋지니까 과감하게 맡기고, 준호는 가사는 저한테 맡긴다. 반대로 고음은 준호가 저보다 훨씬 뛰어나니 준호에게 맡긴다.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 지난 10년간 서로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변했나?
임헌일: (해체에는) 중간에 군대 문제가 가장 컸고, 음악적 한계나 브레멘에서 밴드 형태 말고 표출할 수 있는 게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 뭔가 이 친구들과 같이 하지 않을까 기대감은 있었다. 항상 곁에 있었고... 제가 솔로할 때 이 친구들이 같이 연주를 해주었고, 계약적인 문제나 여러 상황에서 셋 다 자유의 몸이 됐을때 같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준호: 브레멘 때도 정말 잘 맞았지만 그 이후에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음악적 변화랑 성장도 하며 더 프로다워진 것 같다. 시원이는 프로듀서로서 성장했고, 헌일이는 보컬리스트로 성장하고 하면서 더 매력적인 (팀이) 된 것 같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아 얘네들이랑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 임헌일 씨는 이승열 씨와 보컬 색이 상당히 비슷한 듯 한데?
임헌일: 영광이다. 너무 좋아하는 목소리다. 예전부터 동경해왔고, 음악을 많이 들어왔다.
- Fly는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임헌일: 그 곡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동떨어진 곡이다. 가장 발라드스럽고 모던 락적인 곡인데 원래 제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Happiness와 Wake Up 등 가사와 멜로디가 선명한 곡들이 좀 나오자, “이 곡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곡을 만들때부터 승열이 형과 부르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피쳐링에 대해 멤버들도 오픈마인드였고 부탁을 드렸을때 승열이 형도 기꺼이 도와주셨다.
-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승환 씨와 함께 하는데, 혹시 향후에 이승환 씨가 피처링할 가능성도 있을까?
임헌일: 그럴 수만 있다면 너무 영광이다. 근데 이승환 선배님이 피처링을 잘 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로서 (피처링이) 너무 좋긴 하겠지만,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식으로 하면 그 분께 너무 실례가 될 것 같다. 저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고 싶다.
- 아이엠낫의 음악적 지향점은 어떻게 되는가?
양시온: 지향점이 따로 있지는 않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될 듯하다. 록발라드만 해야지, EDM만 해야지 이런 생각은 안한다. 어떤 장르만 하기보다는 밴드음악에 너무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대중들에게 맞춰나갈 수 있는 음악을 하게 될 듯 하다.
김준호: 장르적인 제한보다는 팝 음악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뭐든 하게 될 듯 하다.
새로 발매되는 싱글도 미니멀한 사운드로 가게 될 듯 하다. 기타 하나, 베이스, 드럼으로 심플한 구성에 제가 노래를 하는데, 사랑 노래이다.
- 10년간 음악을 했는데 항상 새롭다. 매너리즘이 없는 밴드란 느낌이 들었다.
임헌일: 그게 제일 듣기 좋은 말이다. 매너리즘을 피하고 싶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얘네들 이거 했겠네”했는데 들어보니 “역시 이거 했네” 이런 게 제일 싫다. 늘 재밌는 충격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어? 얘네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이건 뭐지?”이런.
-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나?
임헌일: 저희를 보고 인디밴드라고 하시는데, 반드시 “우리는 인디밴드다!” 이런 아이덴티티를 갖고 음악해본 적은 없다. 꼭 밴드음악이 아니더라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양시온: 저희 공연이건 음악을 들을 때 재밌다는 인상을 받으셨으면 한다. 음원이 나올때마다 “어 얘네 또 재밌는 했네” 이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준호: 음원이 나오면 바로 듣고 싶고, 공연이 나오면 가고 싶은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
(코리아헤럴드 윤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