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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수당으로 마약·술 안돼"…호주, 현금 대신 카드로

약물검사 양성반응시 직불카드로…복지카드 제공도 확대

Sept. 3, 2017 - 10:24 By Im Eun-byel

호주 정부가 취약층에게 복지혜택으로 제공되는 현금이 주로 마약이나 술을 사거나 도박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섰다.

호주 정부는 전국의 3개 지역을 지정, 구직 및 청소년 보조금을 새로 받는 수급자 중 무작위로 약 5천 명을 뽑아 내년 1월부터 약물검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최근 마련했다.
 

호주로 몰래 들여오는 마약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호주연방경찰이 압수한 마약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법안은 마약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 수급액의 80%는 현금이 아닌 직불카드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검사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오면 치료를 의뢰하게 된다.

시범대상지로는 시드니 남서부 캔터베리-뱅크스타운, 퀸즐랜드주 로건, 서호주 만두라가 지정됐다. 마약관계 치료사례가 급증했다는 게 주된 선정이유다.

시범대상지에서는 낙인을 찍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계 등 일부에서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관계 전문가 등 약 1천 명은 범죄만 늘리거나 아예 혜택을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누군가의 돈을 봉쇄해 마약 이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마약을 찾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여전히 마약을 팔고, 일부는 남의 집을 침입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또 원주민 다수 거주지 2곳에서 시범 실시되는 현금 대신 복지카드를 지급하는 사업도 다른 1곳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맬컴 턴불 총리는 현재 2개 지역에서 실시 중인 복지카드 제공사업 덕분에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호주의 골드필드 지역을 추가하겠다고 1일 말했다.

턴불 총리는 "국민 세금이 약물 남용, 결국에는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현실성 있는 사랑의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무엇보다도 해당 가정이 음식과 의류, 생활필수품 등에 소비해 자녀들을 더 잘 돌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사업의 경우 복지 수급액의 80%는 술을 사거나 도박하는 데 이용할 수 없는 복지카드로 지원되고 나머지 20%만이 현금으로 제공된다.

시범 사업지로 새로 설정된 골드필드의 경우 가정폭력의 3분의 2는 술과 관련돼 있으며, 음주 관련 입원과 사망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25% 이상 높다.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지역사회의 지지를 전제로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지만, 녹색당은 돈뿐만 아니라 빈곤층의 삶마저 관리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