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17일 고현철 한양대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이 독성 관련 국제학술지(Toxicology Letter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피프로닐을 쥐에 투여한 결과, 뇌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를 만드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쥐의 흑질에 피프로닐을 주사하고 신경세포 손상 여부를 관찰했다.
이 결과 피프로닐은 신경교섬유질산성단백질(GFAP)의 발현량을 증가시키고 염증반응을 유발함으로써 도파민 신경세포를 손상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살충제가 파킨슨병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연구와는 별도로 살충제 성분에 오래 노출되면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상백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성인 2천15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결과, 살충제 중독시 우울증 위험도가 5.8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독성학'(NeuroToxic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보고된 연구 대상자 중 살충제를 사용했던 사람의 수가 61명(7.2%)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54명, 4.2%)보다 많았다.
농촌지역에서 20년이 넘게 살충제를 사용해 온 사람들만 보면 우울증으로 보고된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보다 더 높은 살충제 농도에 노출돼 있을 위험이 2.4배로 추산됐다.
또 살충제 중독자의 우울증 위험도는 5.8배로 치솟았다.
고 교수팀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살충제의 부작용이 신경독성 및 내분비계 교란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피프로닐은 영국에서 개발된 살충제 성분으로 1993년부터 시판됐다. 초기에는 농작물과 골프장의 해충관리에 사용되다가 개,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이나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0년에 '프론트라인'(Frontline)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