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암동의 25층짜리인 삼일브리제하임 아파트 주민들은 졸지에 4억2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에 잠긴 아파트 지하의 변전실 기계설비를 교체하고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이다.
주민들이 25층을 걸어 오르내리고 일부는 모텔이나 찜질방 신세를 졌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어디도 주민들의 피해 보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주택이 침수됐다면 가구당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침실 바닥까지 빗물이 들어찼을 때일 뿐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기계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입주 후 고작 8개월 된 탓에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도 없다. 이 아파트에는 181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한 가구당 236만원씩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청주시 복대동의 15층 아파트인 신영지웰홈스 역시 같은 피해를 봤다.
가경동 석남천이 폭우에 범람하고 하수가 역류하면서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고 변전실도 물에 잠겼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와 변전·소방설비를 수리해야 하고 저수조와 주차시설, 방화문 등을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 지금도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한 채 밤낮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15억∼20억원이다.
이들은 청주시의 부실한 치수행정이 침수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하수가 역류해 아파트 지하에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청주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이 단지에는 452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아파트의 주요 시설을 교체하고 보수하기 위해 주민들이 내는 장기수선충당금도 1억∼2억원에 불과해 침수 피해를 자체적으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구당 적게는 330만원, 많게는 440만원씩 부담해야 수리비를 충당하는 게 가능하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피해를 책임지겠다는 국회의원이나 시청 공무원은 한 명도 없고 법 개정 타령만 하고 있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가구당 부담액이 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두 아파트는 청주시에 피해 접수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재난 지원 지침상 아파트 지하나 변전실, 기관실 등에서 발생한 피해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해지원금이 지급되는 침수는 방 안에까지 물이 찬 경우를 의미할 뿐이다.
청주시는 다음 달 '소규모 공동주택에 관한 지원 조례'와 '공동주택관리조례'를 개정, 수해를 당한 아파트의 공용시설 복구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주택 침수 때 가구당 제공되는 재난지원금이 100만원 수준인데, 청주시가 과연 이 금액을 웃도는 복구비를 지원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번 침수 피해가 청주시의 부실한 하수관리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입장이어서 자칫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신영지웰홈스 신현숙 분회장은 "공동주택 피해 지원을 법에 담겠다지만 얼마나 걸리지도 모르고 피해를 복구할 수준의 금액이 지원될지도 미지수"라며 "정부와 청주시는 실질적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