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 무대에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영어를 못한다고 험담해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자신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은밀한 만남'으로 논란을 빚은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던 중 뜬금없이 아키에 여사의 영어 실력을 거론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는 각국 정상들뿐 아니라 크리스틴 라가르드(IMF 총재)도 있었고 또 다른 멋진 다양한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나는 멋진 남자인 아베 총리의 부인 옆자리에 앉았었다. 그녀는 멋진 여자인데 영어는 못한다"고 흉봤다.
그러자 NYT의 매기 하버만 기자가 "가령 어떻게, 아예 못한단 얘기냐? '제로'(0)냐?"라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헬로우'(안녕) 이런 것도 못한다"고 답했다.
하버만 기자는 "어색한 자리겠다"고 되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음, 어려운 자리다. 왜냐면 (그런 자리에 보통 오래) 앉아있는데…"라며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려 하자 하버만 기자는 "몇 시간 동안"이라고 즉각 말을 받으며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끝에 "만찬이 약 1시간 45분 진행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의 (또 다른) 바로 옆자리에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영어를 하는 멋진 여성인 그의 부인도 있었다"고 말한 뒤 "아베 총리와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내가 거기에 앉아있었는데 일본 통역이 한 명 있었다. 왜냐면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아키에 여사와 그날 저녁을 잘 즐겼다.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나는 (만찬 자리를) 즐겼고 모든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아키에 여사 영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잘못됐거나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정상 부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20일 과거 동영상을 보면 아키에 여사가 영어를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영어를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하면서 아키에 여사가 2014년 9월 포드 재단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만났을 때도 부적절한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짓 여사에게 "몸매가 무척 좋다"(You're in such good shape)고 인사를 건넨 데 이어 다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부인의 몸매가 정말 좋다"(She's in such good physical shape). 아름답다"고 말했다.
당시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짓 여사의 몸을 평가했다고 꼬집었고, 프랑스 영문 매체 '프랑스24'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성희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