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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왈칵' 블랙리스트 재판 女방청객..."뭘 몰라"

June 28, 2017 - 14:44 By 김연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자신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 그런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수사 과정에서부터 줄곧 배제 명단의 존재를 부인한 김 전 실장은 1심 심리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배제 명단을 만들어 적용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런 사실 자체를 재임 중에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저는 명단을 만들고 이걸 내려보내서 적용하는 그런 과정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받거나 명단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재임 중엔 그런 일을 알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는 물론 '배제 명단'이란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주장이다.

김 전 실장은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받으라고 종용한 일도, 지시한 일도 없다. 그분들의 사직을 강요하거나  종용할 하등의 이유나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국정원에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좌편향 단체 비판 보고서 등을 보여주자 "3∼4일 전 모임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팔십 먹은 노인이 3∼4년 전 문서를 기억할 수가 없다"고 비껴갔다. 

김 전 실장은 '민간단체 보조금 TF'의 운영 사실도 "몰랐다"며 "청와대 각 수석실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협업하는 일이 자주 있어서 실무진끼리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TF 관련 내용이 "저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확실히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다만 자신이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한국 사회의 좌편향 문제를 걱정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종북 좌파가 상당히 힘을 받았다,  사회가 좌경화돼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소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우월성,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에 대해 강한 생각을 하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 체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강조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실장은 특검이 "문체부 내에서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이  너무 힘들다며 다른 부처에 보내달라고 한 경우도 있다는데, 이건 누구 지시 때문인가"라고 묻자 "그건 제가 모르겠고, 문체부 직원들이 그렇게 힘들었으면 장관이  책임지고 해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이 "결국 장관 잘못이란 말이냐"고 묻자 "각 부처의 최고 책임자는  장관이니까 그 책임 하에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이 함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술을 방청석에서 듣던 한 여성은 "뭘 몰라!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재판장의 퇴정 조치에 따라 법정을 나간 이 여성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말하며 "그렇게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도 계속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