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홀로 남겨진 노부모와 세 자녀들을 돕기 위해 대북송금 브로커 조모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지만, 이후 조 씨는 모습을 감췄다. 박 씨는 다방에서 일하며 번 돈과 정부지원금 등 전재산을 모두 날렸다.
‘탈북민 3만명 시대’에 대북송금 브로커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을 해 왔다는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 자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세환 기자)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탈북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대북송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북한에 보내는 돈은 연간 총액 약 2억 4천5백만 원.
이들 중 일부는 피해를 입는다. 박씨처럼 금액 전체를 날리는 경우도 있고, 송금 금액의 상당수를 수수료나 다른 명목으로 브로커에게 뺏기기도 한다.
인천 지역의 한 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탈북자 조모 씨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남겨진 큰 오빠 결혼 자금을 위해 300만원 가량을 송금했지만, 가족이 받아든 돈은 6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조 씨는 “한달 뒤 가족으로부터 돈이 60만 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브로커에게 해명을 요구하러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화를 참는 것 외에는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그냥 넘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10년 동안 북한의 언니에게 꾸준히 생활비를 송금해주고 있다고 밝힌 한 자매는 “그 사회에서 살아봤기 때무에 (돈을 안보내주면) 가슴이 아프다”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송금을 합법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탈북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대북 가족의 생계 지원을 위해 소액의 송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송금 및 브로커 활동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관련자들도 내용을 밝히기 꺼려하는 등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선 브로커들은 탈북자가 사기를 피하는 길은, 확인된 브로커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털어놨다.
탈북민 출신 대북송금 브로커 김모 씨는 “(탈북자들은) 사기꾼들이 낮은 수수료만 받고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게 송금을 해주겠다는 말을 덥석 믿는 경우가 많다”며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대북송급 업무 탓에 탈북민들은 브로커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희박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무역업자와 북한 화폐 매매꾼들을 거쳐 돈이 송금되기 때문에 보통 통신비와 수수가 20%~30% 사이로 책정된다”며 “대림 등 중국인 환전소를 통해 중국 파트너로 돈을 송금해 절차가 복잡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브로커 김 씨는 또한“요즘 보위국에서 집에서 흰쌀 밥 먹냐 옥수수 죽 먹냐 까지 살펴보는 등 감시가 심해져 북한 동업자에게 위험수당으로 수수료를 많이 책정하기도 하지만 전화연결 비용, 수수료 다 해봐야 보통 15% 정도”라며 “사기 브로커들 보면 북한에서만 수수료 때고 자신은 무료로 업무 도와주겠다고 탈북민들 불러모으는데 나중에 실제로 가족이 받는 금액 보면 말도 안 된다. 40% 떼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이런 저런 핑계로 80% 떼간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피해 탈북민들이) 신고한들 보상이나 해결책이 있지 않아서 손해보는 부분은 오로지 탈북민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고, 사고 난 뒤 정부에 말해도 한 푼도 보상받을 수 없다”라며 “보험제도 등 제도 보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로선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 소장은 이어 “송금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북한에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가족들에게 대남 동경심을 유발하고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송금 과정에 리스크가 많으니까 문제. 정부가 이걸 장려 하면서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