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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산업은 폭풍전야(暴風前夜)

March 9, 2017 - 17:24 By 심우현
7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텅 빈 거리에 가요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명동 상권은 빈 거리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지난 몇 개월간 중국 관광객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를 명동 상인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이었을까. 지난 2일 중국 국가여유국은 베이징 일대 여행사에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이에 한국의 관광산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관광 가이드 엄성원씨는 “실업자가 될 처지”라며 울상을 지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을 상대하는 그는 3월 중순 이후의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할 수도 없었다”며 그는 마지막 손님 안내를 하러 발길을 돌렸다. 

명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유호자씨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손님의 70% 이상이 중국인이라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사진=연합)

방한 중국인 수는 2013년에 방한 일본인 수를 앞질렀다. 그러나 늘어나던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번 관광 금지령 때문에 한국의 관광산업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명동 거리의 노점 상인은 “손님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모두 사라질까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동대문구 광장시장 또한 중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 명소다. 광장시장 상인들도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령에 걱정을 감추지를 못했다.

시장에서 분식점을 30년째 운영 중인 김순자씨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직후부터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낮 시간대 주로 오던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주로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잡화점 주인 지영준씨는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 말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은 상황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경희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이링씨는 “중국 입장에서 사드는 민감한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여행과 사드는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녀는 중국 내에서 한국 여행의 인기 자체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명동 골목의 노점상에서 일하는 중국인 리우씨는 “중국의 자국 이익 추구는 당연하다”며 “각국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할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화하고 있지만, 몇몇 상인들은 정부가 곧 현명한 조치를 취해 서민 경제를 보호할 거란 희망을 내비쳤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유씨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상황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광업계가 몇 차례 어려움을 견뎌낸 적이 있는 만큼, 한중 관계가 곧 나아지리라 전망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여긴 명동이잖아요.” 명동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임명선씨가 기자의 감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최근 매출이 40%가량 감소했음에도 쉽게 운영 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골목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홍철 씨는 작년부터 중국인 손님이 줄어들자 요새 새로운 언어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원래는 중국어를 우선으로 배웠지만, 이제는 동남아 언어를 배우려 한다”고 고백했다. 손님이 변화하기에 자신도 변해야 한다는 것. 

(사진=코리아헤럴드 손지형 기자)

지난 7일 중국의 한국여행금지령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서울시는 관광업계와 한국관광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서울시는 중국 정부의 판매금지 대상은 한국 단체관광 상품이라며, 싼커(개별 관광객) 유치 확대가 필요하다며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관광업 종사자들은 정부의 생각과 자신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아예 다르다고 주장했다.

관광 가이드 엄성원씨는 앞으로는 개별 중국 관광객들도 한국 여행을 꺼릴 눈치라며 중국인들이 “자국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 전했다. 

영문기사 링크: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70309000575

(kh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