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가 열풍이다.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어른까지 열광한다.
기계에 맞서 승부욕이 발동하면 웃자고 한 게임에 자신도 모르게 자존심을 걸게 된다. 지갑이 탈탈 털리고 나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약을 올리 듯 인간을 ‘능멸’하는 기계에 괘씸함을 느끼면서 발길을 돌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릇된 객기를 부리다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뽑기 어려운 인형을 얻으려고 비좁은 퇴출구에 몸을 구겨 넣어 인형을 훔치다 적발돼 범법자가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층이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벌이는 일이지만 이는 명백한 절도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지난 18일 청주에서 인형뽑기 기계 퇴출구로 몸을 넣어 인형을 훔친 A(14)군 등 중학생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지난 17일 오후 8시께 흥덕구의 한 무인 인형뽑기 게임장에서 기계 퇴출구에 몸을 집어넣어 15만원 상당의 인형 7개를 훔쳤다.
마른 체형에 약 130㎝의 작은 키인 A군은 작고 유연한 신체를 이용해 가로 30㎝, 세로 30㎝ 크기 퇴출구에 머리부터 몸을 집어넣어 진열된 인형을 꺼냈다.
A군이 인형을 훔치는 사이 친구 4명은 기계를 둘러싸 다른 손님이 범행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고 망을 봤다.
이들은 경찰에서 “잘 뽑히지 않는 인형이 너무 갖고 싶어서 훔쳤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이모(19)군이 기계의 인형 퇴출구 안으로 몸을 집어넣어 4만5천원 상당의 인형 7개를 훔쳤다.
이군은 친구 4명이 망을 보는 사이 인형뽑기 퇴출구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경찰에서 이군 등은 함께 술을 마신 뒤 무인 인형뽑기방에서 3만원을 쓰고도 인형을 뽑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시 서구 석남동에서는 인형이 잘 안 뽑힌다는 이유로 만취해 기계 안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꼼짝 없이 갇힌 20대 여성이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 여성은 망을 봐준 친구와 함께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6일 대전 서구에서는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이 인형뽑기 기계 5개를 조작해 인형 210개(210만원 상당)를 모두 뽑아 가져갔다.
이씨는 기계의 조이스틱을 특정 방식으로 조작해 인형을 들어 올리는 집게의 힘을 강하게해 뽑기 확률을 높였다.
경찰은 이씨 등이 인형을 가져간 방법이 처벌 대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 법을 검토하고 있다.
운만 좋으면 투자한 돈에 비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형뽑기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나칠 경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게 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적은 비용으로 예쁜 인형을 뽑았을때 일종의 ‘힐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집착하면 중독되거나 심지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형을 노리는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경찰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를 중심으로 무인 인형뽑기방 인근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인형뽑기 게임장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인적이 드문 밤까지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감시가 소홀한 무인 인형뽑기방이 유행하면서 절도 사건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업주들이 가게 상태를 살피는 등 보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