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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적' 추정 암살용의자 체포

Feb. 18, 2017 - 18:08 By 김연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네 번째 용의자로 북한 신분증을 소지한 남성을 체포했다고 18일 밝혔다.

17일 밤 셀랑고르 주에서 체포된 이 남성은 만 46세(1970년 5월 6일생) '리정철(Ri Jong Chol)'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말레이시아 신분증인 'i-Kad'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i-Kad'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4년 도입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당국이 소지자의 개인 정보와 회사명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외국인 노동자용 신분증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민국에 1년 기한의 노동허가를 갱신할 때 발급된다고 말레이 일간 더스타는 밝혔다.

현지 중문 매체 동방(東方)일보는 리정철이 40대인 아내와 17세 아들, 10세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 이웃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정남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전날 밤 셀랑고르 주 잘란 쿠차이 라마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급습해 리정철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 등 여성 용의자 2명과 시티 아이샤의 말레이시아인 남자친구를 체포한 바 있다.

이날 체포된 리정철은 당초 경찰이 수배한 도주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1명으로 추정된다. 최소 3명 이상의 추가 남성 용의자들이 현재 잡히지 않은 상태다.

경찰 발표에 앞서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 등은 이 남성의 체포 사실을 보도하며, 경찰이 이 남성이 복수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가짜 신분증명서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정철'이라는 인물이 현지 일부 언론이 지목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인지 다른 누군가에게 고용된 청부업자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경찰은 그가 김정남의 암살을 실행한 주모자이자 공작원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경찰에 붙잡힌 여성 용의자 2명은 모두 김정남을 모른다고 주장하거나 "장난인 줄 알았다"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북한 신분증 소지자가 처음으로 체포돼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 성주(星洲)일보는 이날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남성 4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라고 밝혔다. 이들 중 베이지색 모자를 쓴 한 명은 경찰이 이번에 체포한 남성과 외모가 흡사하다고 경찰은 확인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5일 첫 부검을 실시했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17일 밤 2차 부검을 실시했다고 AP통신과 성주일보 등은 전했다.

첫 부검 당시 말레이시아측에 강한 항의의 뜻을 제기한 바 있던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전날 밤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서 즉각적인 시신 인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