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직 장관 신분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피의자를 심문하도록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후 현직 장관이 피의자 심문을 받은 것은 조윤선 장관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자체가 사례를 찾기 어렵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사 대상이 된 이들은 애초 전직 장관인 경우가 많았고 현직 장관은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에 사임하거나 낙마했기 때문이다.
199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형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산업은행 총재 시절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는데 이형구는 같은 해 5월 구속영장 청구 직전 사임해 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됐다.
이른바 '옷 로비 의혹 사건' 내사보고서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결국 무죄판결이 확정된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취임 2주만인 1999년 6월 초 경질됐고 같은 해 12월 현직이 아닌 전직 장관 신분으로 구속됐다.
조윤선 장관이 영장 심사 때 현직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 관해서는 해석과 평가가 엇갈린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블랙리스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한 점을 고려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조 장관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피의자(또는 피고인)를 무죄로 간주해야 한다는 헌법 원칙에 의지해 일단 장관 신분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사임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 장관은 이달 9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특위의 마지막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해서는 제 책임이 아닌데 은폐할 이유가 없다. 장관직을 부끄럽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 현직 장관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사법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돼 조 장관이 구금된다면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돼 사퇴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그간 블랙리스트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지난 17일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결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고, 20일 피의자 심문 출석 직전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