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잘못된 사람에게 '민원'을 넣었구나…"
지난 정권 말 구속기소 돼 현 정권에서 중형 선고가 확정된 거물급 경제사범 A씨는 최근 구치소로 면회 온 지인에게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A씨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법조계 안팎에선 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다.
그러나 죄에 상응하는 형을 피하지 못한 A씨는 최근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보도를 접하고 "최순실에게 '줄'을 댔어야 했다"며 엉뚱한 자책을 했다는 전언이다.
사진=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A씨처럼 한때 재력과 권력을 행사했던 '범털'(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수감자를 지칭하는 은어)들의 푸념이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나름의 인맥을 가동해 벌인 구명 작업이 실패한 원인을 자신의 죄가 아닌 최순실에게서 찾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 오너가 구속 수감됐지만 사면받지 못한 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자들도 "왜 우린 최순실을 몰랐을까"라는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총수가 구속됐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던 다른 기업 쪽에서 우리를 보고 '엉뚱한 데만 줄을 대려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에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원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를 둘러싸고 최씨가 현 정권 비선 실세란 사실을 삼성 측은 일찌감치 파악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그 대가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며 찬성한 게 아닌지 등을 살피고 있다.
반면에 한 대기업 총수의 경우 최씨로부터 금품 제공 요구를 받았으나 최씨가 비선 실세인지 몰라 거절했다가 이후 정권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때 사회에서 '리더'로 인정받던 이들이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고 비선 실세부터 찾아 헤맨 현실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