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10월 말 이후 한 달 보름 넘게 주말마다 이어지면서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이 씁쓸한 호황을 맞고 있다.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집회 참석자가 광화문 일대에 머물거나 이동하면서 주말마다 편의점의 간편식 등 먹을거리와 양초, 종이컵, LED양초 등을 위한 건전지가 동날 정도다.
같은 유통업계라도 서울 도심 백화점의 매출이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11일 GS25에 따르면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3일 광화문 일대 20개 편의점의 삼각밥 등 간편식 매출은 지난해 같은 주 같은 요일의 2.4배로 뛰었다.
이날은 주최 측(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계 서울 170만 명, 전국 232만 명 등 사상 최대 인원이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냉장식품, 껌·캔디류, 음료, 라면 등 다른 먹을거리도 각각 1년 전 매출의 3.2배, 2.3배, 2.3배, 2배에 이를 만큼 수요가 몰렸다.
티슈와 종이컵도 3.2배, 2배 많이 팔렸고, 첫눈과 비까지 내린 11일 26일 촛불집회 당시에는 우산·비옷 매출이 작년 같은 시점의 19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이어진 11월 네 번의 토요일(5, 12, 19, 26일) 전체 매출 통계를 봐도, 광화문 일대 GS25 20개 점포 간편식·티슈·종이컵 등의 매출은 모두 1년 전보다 적게는 37%, 많게는 3.9배까지 늘었다.
이런 편의점의 실적은 최근 정국 불안으로 더 얼어붙은 소비 심리 탓에 극심한 부진을 겪는 백화점들과 대조된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어진 올해 '겨울 정기 세일' 매출이 롯데백화점의 경우 작년 같은 세일과 비교해 0.7%, 현대백화점도 1.2% 각각 감소했다.
겨울 정기 세일 매출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한 것은 5~6년 만에 처음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촛불집회 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 서울 도심 백화점의 영업 위축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토요일 촛불집회 당일을 예로 들면,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겨울 세일 기간임에도 작년 같은 세일의 같은 시점보다 11.1% 급감했고 신세계 중구 본점 매출도 5.5% 줄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