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큐레이터·예술계 종사자들이 말하는 공공미술
좀 더 유연하고 열린 관람 문화 정착도 중요예술과 문화는 작가들과 큐레이터들만의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시민과 예술 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공공미술의 중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우리 나라 예술계에도 동일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8월, 서울시는 10명의 현직 큐레이터들과 100여명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시 공공미술 시민 발굴단을 선발, 공공미술의 가장 큰 주체이자 향유자인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2달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서울시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에 참여한 서지은, 권연희, 김현지 씨.
10개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 주제에 맞는 공공미술작품을 찾아내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시민에게 알리는 활동을 맞게 된 시민발굴단은 그룹별로 시민 10인과 전문가 1인이 함께 공공미술 작품과 한 팀을 이뤘다.
이 프로젝트에 전문 큐레이터로 참가하게 된 현 코리아나 미술관 큐레이터 서지은 (30) 씨는 “큐레이터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일반 시민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런 시민 참여형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보통 시민들이 공공미술하면 떠올리는 정형화된 의미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예술을 즐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꼭 작품이 어떤 형태를 가진 구체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일종의 ‘경험’이 중요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공공예술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 알리는 공공미술을 발굴해보자는 취지를 갖고 모인 시민 발굴단을 이끄는 현 예술 업계 종사자인 권연희 (38) 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공공미술의 계획과 작품 선정, 사후 관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번 활동은 전문가들의 지식이나 의견 보다는 공공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관점, 취향과 향유 방식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첫 시행이고 짧은 기간이라 아주 심도 깊은 내용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주제에 따라 다양하고 신선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발견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미술계에서 지내온 저도 조원님들과 이야기 나누며 신선한 생각으로 딱딱했던 생각들이 많이 깨졌거든요.”
미술관 인턴을 시작으로 약 10여 간 전시 및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현장교육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지 (39) 씨는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예술 관람 문화의 변화도 기대했다.
해외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의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 없이 자유로운 관람 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보고 우리 나라 미술관에서는 아직 정착하지 않은 열려있는 관람 문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한 미술관에서) 전시실 바닥에 앉아 작품을 보며 토론하는 관람객들이나 전시장 구석에서 스케치를 하는 학생들을 발견했는데,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타 관람객의 동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전시장 지킴이의 제지를 받더군요.”
김 씨는 열린 관람 문화가 새로운 예술감상의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점 예술은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이미 우리 일상 깊이 들어와 있으며, 대중은 이것을 즐기는 분위기로 점점 자리잡고 있어요.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과 자발적인 열정이 우리나라 예술의 가능성이지 않을까요?”
코리아헤럴드=김다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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