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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쳤다, 뽀록났다, 공람, 가압류…일본어 잔재 부끄럽다

Aug. 15, 2016 - 11:39 By 박세환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71년이 됐지만, 비속어에서부터 법률 용어에 이르기까지 일본어 잔재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도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5년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는 무려 1천171개의 순화 대상 용어가 수록돼 있다.

가라(가짜), 가오(체면), 겐세이(견제), 구사리(면박), 꼬붕(부하), 나가리(깨짐), 뎃빵(우두머리), 독고다이(특공대), 똔똔(본전치기), 분빠이(분배), 쇼부(흥정), 시다바리(보조원), 시마이(끝냄), 쓰키다시(곁들이), 지라시(선전지), 야지(야유), 찐빠(절름발이), 후카시(품재기)….

자료집을 훑어만 봐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하거나 들어본 단어들이 많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이처럼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한 결과를 모아 자료집을 펴냈지만, 이후 우리의 언어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젊은이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단어 중 일본어 잔재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지난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 등이 서울·경기 지역 남녀 대학생 각 350명을 대상으로 일본어 잔재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5명(57.9%)은 자주 쓰는 일본어로 '구라(거짓말)'를 들었다.

이어 '애매하다(모호하다)', '기스(상처)', '간지(멋)', '닭도리탕(닭볶음탕)', '다데기(다진양념)', '뽀록(들통)', '분빠이(분배)'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단어는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청소년들 사이에도 이미 널리 확산, 우리말 파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 기술 분야, 예컨대 건설이나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는 '나라시(고루펴기)', '노가다(노동자)', '기스(흠)', '마후라(목도리, 소음기)' 등의 표현이 두루 쓰인다.

공공기관이나 법조계에서도 일본어 잔재가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예컨대 7급과 8급 공무원의 직급 명칭인 주사보와 서기도 일본식 계급 명칭의 잔재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자주 오르는 단어인 '가압류', '가처분' 등은 '임시집행', '임시처분' 등으로 바꿔 쓸 수 있지만, 굳어진 지 오래다.

각 기관은 일본어 잔재를 순화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일본식 한자어 등 일제 잔재 행정용어 '공람(돌려봄)' 등 20개를 순화해 적용키로 했고, 법무부는 앞서 지난 2014년 전수조사를 통해 302건의 일본식 법령 용어를 선정, 정비 중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1960년대부터 우리말 다듬기가 시작됐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일본어 투 용어가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다"며 "언중에 노출된 일본어 투 용어의 우선순위를 정해 순화해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