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에서 열사병, 열경련 등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숨진 환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3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 무리하게 논·밭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은 땡볕에 농사일을 삼가고, 가급적 시원한 곳에 머물며 물을 많이 마실 것을 당부했다.
◇ "체온 40도" 폭염 속 논밭·인도서 숨져
지난 25일 오후 5시 20분께 박모(97) 할머니가 경남 남해군 고현면 소재 자신의 밭에서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 하모(82·여) 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박 할머니가 폭염 주의보가 내린 이 날 콩대를 뽑는 일을 하다가 열사병 증세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 당시 숨진 박 할머니 체온이 40.5도에 달했다.
전날 오후 3시 45분께 전남 화순군 동면 논에서 일하던 이모(56)씨가, 경북 김천에 사는 A(62)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4시께 공장 옆 인도에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서 이틀간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앞서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15분께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텃밭을 일구던 임모(83·여)씨도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께 경북 의성군에 사는 주민 B(89)씨가 자기 밭에서 일하다 역시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이 외 지역에서도 어지러움이나 열탈진 등 온열질환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께 전남 나주시 금계동에서는 90살 여성이 폭염으로 탈진했고, 오후 5시 50분께는 광양시 진상면에서 60살 남성이 밭일을 하다 기력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전북에서는 온열 환자가 급증했다.
올해 총 4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번 달에만 43명이 온열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 "시원한 곳에서 물 많이 마셔야"…'폭염 구급대' 운영
온열질환은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거나 구토·울렁거림 등 증상을 보인다. 통증이 나타나는 열경련과 일시적으로 실신하는 열실신 등이 있다.
가장 심각한 열사병은 체온이 40도까지 올라 자칫하면 사망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옷을 벗거나 느슨하게 하고 물을 마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열사병 3대 예방수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먼저 갈증이 나지 않도록 물을 계속 마시고 그늘진 곳에서 수시로 휴식을 취해야 열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119 구급대원들은 조언했다.
휴식은 최소 5분 이상이다.
전국 시와 군은 '폭염 구급대' 등을 운영해 온열질환에 대처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는 도내 10개 소방서 74대 구급차에 온열 관련 응급장비를 갖춘 '폭염 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는 응급의료기관 21곳, 응급실 운영기관 3곳을 온열 질환 감시 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대응체계를 갖췄다.
경북도는 각 시와 군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며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도 구급 차량과 펌뷸런스 차량에 얼음 조끼와 아이스팩, 구강용 전해질 용액 등 폭염대응 구급 장비를 보강하고, 수시로 구급 차량 냉방기기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폭염 구급차 222대를 확보하고 온열 환자 구조를 위한 폭염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폭염 구급차에는 얼음 조끼와 얼음팩, 정맥 주사세트 등 관련 장비 9종 6만7천여 점을 갖췄다.
소방당국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이 계속되면 농사일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열사병 등 증세가 나타나면 그늘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와 군 관계자는 "농사철에 고령자들이 폭염에도 논밭에 나가 무리하게 일을 하면서 온열 질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농사 등 야외작업은 시원한 새벽이나 이른 시간에, 영농하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낮에는 가급적 시원한 곳에 머물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