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의 원평장은 5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 때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찍이 우시장이 발달해 백정들이 모여 살며 부를 축적했던 곳이다.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동학농민혁명군이 주민 자치기구로 썼던 ‘원평 집강소’도 당시 백정 출신인 동록개라는 사람이 헌납한 한옥이다. 우시장은 음식문화에도 영향을 줬다.
돼지 막창과 선지 등의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골목골목마다 순대국밥집이 들어섰다.
호남평야의 황금 들녘에서 나오는 풍부한 쌀과 지천으로 널린 부추와 같은 푸성귀도 순대국밥집이 번성하는 배경이 됐다.
소와 돼지를 잡는 백정, 시장을 오가는 배고픈 당시의 백성들과 상인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러 찾아들며 원평을 대표하는 음식문화가 됐다.
이제는 어디서나 ‘원평’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순대국밥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원평순대국밥’은 순대국밥의 보통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원평을 비롯한 이 일대의 순대국밥 전문점도 23곳이나 된다.
원평의 순대국밥이 더욱 유명한 것은 소창과 대창을 섞어서 쓰곤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막창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막창순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래서 원평의 전통 순대국밥은 이름을 ‘막창’순대국밥으로 구별해 쓴다.
막창순대국밥이 발달한 것은 귀하고 비싼 막창을 손쉽고 싸게 구할 수 있어 가능했다.
막창은 창자의 끝 부분으로 돼지 한 마리에 250~300g밖에 나오지 않는다. 귀한 만큼 몸에도 좋아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기를 보충해주고 산후조리에도 특효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위벽 보호와 알코올 분해 효과가 있어 술꾼에게 적합하며, 콜라젠 성분이 풍부해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에게도 최고의 식품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재료인 선지도 신선한 액체 상태로 공급되다 보니 더욱 맛이 좋고 가격 경쟁력도 앞선다.
원평의 이 막창순대국밥은 최근 전북도의 ‘향토음식’으로 지정돼 전국적인 음식으로 뻗어 나갈 계기를 마련했다.
전북도는 독특한 조리법과 향토성, 재료공급의 용이성, 판매가격의 대중성 등을 심사해 원평 막창순대국밥을 향토음식에 포함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전국 최대의 축산 부산물 생산지역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원평 막창순대국밥을 더욱 발달시키고, 축산 부산물을 이용한 다른 음식도 개발할 계획” 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클 것으 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