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5시께 충북 옥천군 옥천읍 A(70)씨의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애완견 90여마리가 연기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 죽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불은 A씨가 집은 비운 사이 발생했고, 소방차가 출동했을 때는 이미 집안 전체가 매캐한 연기로 뒤덮인 뒤였다.
이날 불은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샌드위치 패널로 된 132㎡ 규모의 주택 일부가 불탔고, 주택 내 강아지 사육장에 있던 애완견 90여마리가 떼죽음했다.
(Yonhap)
죽은 개는 반려동물로 인기 높은 말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등 소형견이 주를 이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7월 이곳에 집을 짓고 애견샵에 공급할 강아지를 집단 사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완견이 새끼를 낳으면 애견샵에 공급하기 위해 경매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찍어내기식으로 강아지를 생산하는 일종의 '번식 공장'이었던 셈이다.
화재 당시에도 사육장에는 임신한 어미 개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이곳에 기거하면서 애완견을 사육했다. 아침 저녁으로 강아지를 돌보면서 낮에는 부부가 함께 보험회사 사무실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탄 애완견 사육장은 33㎡ 규모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옥천군에 정식으로 '동물 생산업' 신고도 돼 있다.
A씨는 이곳에 철제 케이지를 2∼3단으로 쌓고 1칸에 1∼2마리씩 애완견을 사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사육 면적 60㎡ 이하에서는 가축 분뇨 배출시설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강아지를 집단 사육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사육장 안에서는 불에 그을린 에어콘과 공기청정기 등이 발견됐다. 사육 환경이 여느 '강아지 공장'처럼 악취가 진동하거나 위생이 취약할 정도로 열악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은 대부분의 강아지 공장에서 발정 유도제를 사용해 1년에 3번씩 새끼를 낳게 하는 등의 동물 학대가 이뤄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강아지 공장'이 논란이 되는 만큼 사육 과정이나 환경 등을 조사해 동물학대 혐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불이 사육장 바로 옆에 붙은 보일러실 쪽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길이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 붙으면서 삽시간에 집안 전체에 유독가스가 들이찼고, 이 과정에서 강아지도 대부분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집 전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였고, 사육장의 출입문도 잠겨 있어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주인 A씨는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아 사육장에 들어가 숨이 붙어있던 애완견 3마리를 구해냈다.
그러나 이 중 2마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푸들 1마리만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람이 없는 집에서 불이 난 점에 미뤄 누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