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가운데 올해 1분기에 최대 1천억원이 넘는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중공업도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올해 1분기까지 2분기째 흑자 행진이 예상되며 대우조선해양은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적자 등을 대규모로 털어낸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조선 빅3의 실적이 사실상 바닥을 찍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증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3사 합쳐 최대 2천700억원에서 최소 900여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Yonhap)
현대중공업이 올해 1분기에 780억~2천700억 흑자, 삼성중공업이 300억~400억 흑자, 대우조선은 190억~4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6일, 삼성중공업은 29일, 대우조선은 내달 첫째주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다.
총 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9분기째 적자를 기록해오던 현대중공업으로선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는 셈이다. 분기마다 조원대 적자로 고생해온 대우조선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최근 노조에 1분기 경영 현황을 설명하면서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을 정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면서 올해 1분기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흑자를 낸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대우조선도 적자가 크게 줄어 조선 빅3가 안정세를 찾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에 현대중공업이 2천791억원 적자, 대우조선이 9천733억원 적자를 낸 것에 비해 급격히 좋아진 수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1조5천억원의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299억원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작업장
현대중공업이 흑자로 돌아섰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흑자의 대부분이 본업인 조선 부문이 아니라 정유 부문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흑자액의 90% 이상이 정유 부문 수익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또한 본업인 조선업에서 수익은 올해 1분기에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들 빅3가 소폭 흑자를 냈거나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지난해 빅3를 괴롭혔던 해양플랜트 부실이 대부분이 정리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가 지난해에만 6조원 가까이 해양플랜트 부실을 반영했다"면서 "이는 미래 발생 손실까지 추정한 액수로 더는 갑작스러운 적자 폭탄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최대 3천여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 조정을 포함한 비상 경영을 선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이 10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직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물론 올해 1분기 흑자가 대부분 정유 부문이라 조선 분야 인력 감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4척을 수주하는 데 그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2척, 대우조선이 2척이고 삼성중공업은 아예 없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부문에서는 '수주 절벽'이라는 말이 실감날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1분기 실적만 볼 게 아니라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조선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