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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의 세상, 女의 세상] ‘남성전용 주차장은 어디에?’...여성혐오로 이어지기도

April 12, 2016 - 15:21 By 박세환
지난 2014년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노홍철은 당시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은 일이 있었다. 노홍철은 ‘홍철아 장가가자’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설명하면서 ‘키가 크고, 나이가 어리며, 뛰어난 외모를 지닌’ 여성과 짝을 이루길 원했다. 이에 여성 시청자들은 ‘외모 지상주의’라고 비판하며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제작진의 사과와 함께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잠잠하던 ‘무한도전’ 남성팬들은 누구에게나 취향은 있기 마련인데 노홍철이 자신의 여성상을 드러냈다고 비난할 수 있겠느냐며 온라인 상에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았지만, 남성들이 집단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여성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경제활동의 주체였던 남성들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자들의 불만은 브라우저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레이디 퍼스트’로 대변되는 여성을 위한 에티켓이 정부 시책으로 굳어지면서 ‘여성 전용’ 주차장, 엘리베이터, 도서관 병원 등 각종 시설은 물론이고, 여성만을 위한 금융상품과 정부지원까지 생긴 상황에서 남성들은 저마다 볼멘소리를 남기고 있다.

대표적인 논쟁이 2008년 서울시가 본격 도입된 여성전용 주차구역이다. 지난 한 해 서울시 여성전용주차구역은 총 66개소 1433면이 늘어나 처음 도입된 이후 총 1,627개소 4만 5,128개 면에 육박한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여성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도입한 정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지만, 남성들은 이 같은 정책이 남성 운전자들을 역차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는 운전을 못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강화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남성과 여성은 긴급상황을 신고할 때에도 차이가 있다. 경찰청에서 제작한 ‘긴급신고’ 앱은 긴급 상황 시 경찰의 도움을 재빠르게 받을 수 있게끔 제작된 앱이다. 하지만, 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저는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여성으로 국한돼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남자는 신고도 하지 말라는 거냐’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성매매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보는 이들도 있다. 성매매를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로 보고 성매매자를 ‘약자’로 보는 인식에 기반을 둔 성매매 방지 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하다 적발되면 남성은 범죄자가 되지만 여성은 대부분 약식기소로 풀려난다. 오히려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여성은 무조건 피해자’라는 논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는 논리다.

미혼 여성만을 위한 아파트도 남성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서울 소재 직장에서 근무하는 미혼 직장인들에게 33㎡ 면적의 기숙사형 아파트를 보증금 170만 원, 월세 6만 4,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입주 자격이 ‘여성’ 근로자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13일 ‘남성의 삶에 관한 기초연구(Ⅱ)’ 보고서에서 15세 이상 35세 미만 남성 1,200명과 여성 300명 등 총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보고서 결과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남성 청년과 청소년 3명 중 1명 이상은 20~30대 여성을 한국에서 가장 혜택받는 집단으로 꼽았다. 또한, 절반 이상이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혐오에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을 혐오하면서, 여성들이 혜택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불만이 표출된 셈이다.

박세환 기자 (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