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둔화하고 자금시장도 경색되면서 대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지 못해 저축은행에 손을 벌리는 일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저축은행 대출금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상호저축은행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21조3천641억원이었다. 이 중 중소기업이 빌린 돈은 20조2천521억원이었고, 대기업이 빌린 돈은 1조1천120억원이었다.
대기업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은 잔액 기준으로 2013년 말 7천598억원이었지만 2014년 말에는 9천259억원, 2015년 말에는 1조1천12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6.4% 늘었다.
저축은행이 기업들에 빌려주는 돈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 2013년에는 3.9%였지만 2014년에는 4.8%, 2015년은 5.2%로 2년만에 1.3%포인트 올라갔다.
(연합)
올해 들어서도 1월 말 대기업 대출잔액이 1조1천554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비중도 5.4%로 0.2%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대기업이 비싼 금리를 감당하면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경기부진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1분기에는 6이었지만 4분기에는 -9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는 -14까지 내려간 상태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회사가 완화하겠다는 회사보다 많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은행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6이었고 4분기에는 -13으로 내려온 뒤 올해 1분기에는 -16까지 떨어졌다.
반면 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1분기 14, 2분기 11, 3분기 4, 4분기 0, 올해 1분기 4로 떨어지는 추세지만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저축은행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수월해 저축은행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난 것도 대기업 대출이 증가한 원인이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8조1천303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달(7조1천541억원)과 비교해 13.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은 1조2천109억원에서 1조2천387억원으로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대출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 대기업들도 저축은행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며 "저축은행도 기업들의 대출요청을 무작정 수용하기보다는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