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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빠서, 술에 취해서'…선거 벽보 '너덜너덜'

April 5, 2016 - 14:47 By KH디지털1

4·13 총선 관련 벽보와 현수막이 수난을 겪고 있다. 주로 날카로운 도구로 찢기거나 불에 타 훼손됐다.

일부는 전혀 내용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 정도가 심하다.

선거 벽보에는 후보자 사진, 주요 공약, 약력 등이 담겨 있다. 현수막에는 공약 핵심이 짧은 글로 압축돼 있다.

후보자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그냥 기분이 나빠서', '술에 취해서', '정치가 싫어서' 등의 이유로 벽보와 현수막을 뜯거나 찢어버리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연합)
◇ 선거 벽보·현수막이 화풀이 대상?

부산에서는 지난달 31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후 선거 벽보 7개와 현수막 1개가 훼손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대학생 1명이 부산시 남구의 한 선거 벽보를 훼손하고 달아났다. 등록금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날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우체국 앞 대로변에 걸린 선거 현수막이 예리한 도구에 여섯 군데 찢겼다.

경찰에 붙잡힌 이모(64)씨는 "대통령을 무시하는 듯한 내용에 화가 나서 칼로 현수막을 찢었다"고 진술했다.

이달 1일에는 한 중학생이 별다른 이유 없이 부산 북구에 있는 선거 벽보를 훼손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부천시 한 선거구에서는 벽에 부착돼 있던 특정 후보 선거 벽보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경기도 시흥시 한 선거구에서는 여러 명의 후보를 안내하는 벽보 중 특정 후보 얼굴 부위가 흉기로 찢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이들 선거구 벽보 훼손사건을 수사 중이다.

광주에서는 민중연합당 신나리(동남갑) 후보 현수막 전체가 잘려 나갔고, 같은 당 김해정(광산을) 후보의 현수막 일부도 훼손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6시 30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는 김모(61)씨가 모 고교 담에 설치된 선거 벽보를 훼손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야당에 불만이 많아 벽보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20대 남성은 지난 3일 오전 4시 10분께 술에 취해 공원에 걸려있던 달서구청장 보궐선거용 현수막 끈을 휴대용 라이터로 불태워 자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제천에서는 특정 후보의 포스터를 돌로 긁어 훼손하고 라이터로 현수막을 불태운 50대가 붙잡혔다.

인천에서도 선거 벽보 4개와 현수막 3개가 훼손됐다.

◇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대부분 벌금형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는 것은 가볍지 않은 범죄다.

공직선거법의 목적인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에 붙잡힌 사람들은 "특별한 생각 없이 훼손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연합)
선거 벽보나 현수막 훼손은 후보자, 특히 정치 신인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 주요 공약을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를 훼손하거나 철거하면 공직선거법 제24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의적이었느냐, 우발적이었느냐와는 상관없이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얘기다.

법원은 선거 벽보를 훼손해 기소된 사람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늘 싸우는 모습이 기분 나쁘다'며 선거벽보를 뜯어내 수차례 발로 구긴 30대가 벌금 150만원을, '특정 후보가 마음에 들지않는다'며 후보 사진 위에 불투명 테이프를 붙인 30대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면 고의성과 상관없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고의로 범행을 하면 처벌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